금연포스터가 붙은 PC방 내부 전경. /사진=머니S DB
# 최근 A씨(21세)는 동네 PC방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A씨 옆자리에 앉아있는 초등학생들이 고함을 질러댄 것. 심지어 2명만 게임을 하고 나머지는 좌석 주변에 서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A씨는 자리를 옮겼지만 뒷좌석에서 들리는 또 다른 소음 때문에 게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임에서 진 나머지 화를 참지 못하는 이른바 ‘키보드 샷건(키보드를 쾅쾅 두드리는 행위를 샷건 쏘는 것에 비유하는 말)족’ 때문이다.
2015년 6월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PC방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꼴불견 손님 1위는 야동을 보는 ‘김본좌형’(19.8%)이었다. 이어 ▲이리오너라형 16.3% ▲초글링(초등학생을 저글링에 빗대어 부르는 말)형 13.6% ▲먹튀형 12.6% ▲고성방가형 12.6% ▲곤드레만드레형 12.6% ▲화생방형 6.4% 등이 뒤따랐다.

관련 통계가 2015년에 머문 사이 PC방 문화는 빠르게 변화했다. 충전식 계산이 보편화되면서 먹튀족이 사라졌고 셧다운제 정착으로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는 PC방을 이용할 수 없다. 실내흡연이 금지되면서 화생방을 만드는 흡연족도 별도 흡연부스를 이용한다. PC방 관리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야동을 당당히 보던 전국의 김본좌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러나 고성방가형 손님과 직원을 하대하고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양반 고객'은 여전하다. PC방을 찾는 고객도 매장과 직원에 대한 불만이 만만치 않다. 클린 PC방을 꿈꾸지만 불만을 느끼는 지점이 너무도 다른 그들만의 동상이몽을 들여다봤다.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팀보이스 기능을 지원한다. 게임을 하면서 팀원과 나누는 대화는 채팅보다 음성대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텍스트에서 보이스로 바뀌었다. PC방도 각 자리마다 헤드셋을 비치해 뒀다. 카운터에 문의해서 헤드폰을 빌려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귀를 헤드셋으로 덮어놓고 게임을 하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는 건 예삿일이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고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 같은 공간에서 단체로 게임을 하는 집단이 있는 곳은 언제나 고성의 향연이 펼쳐져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PC방이 독서실처럼 정숙이 필요한 곳은 아니지만 무차별적인 고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게임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소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하기 마련이지만 비속어와 비명이 섞인 소음공해가 계속되면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고통스럽다.
PC방을 자주 찾는 B씨(21)는 “옆자리 고성을 견디다 못해 조용히 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며 “그 사람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욕을 하는 것을 보고 주먹다짐까지 오갈 뻔했다. 밤 10시 전이라 미성년자도 많았는데 비속어를 남발하며 소리를 지르는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소음과 더불어 기기를 파손하는 스트레스 해소족도 고객과 업주의 큰 고민거리다. 게임에서 패하거나 아쉽게 찬스를 놓치면 애꿎은 키보드나 테이블을 내리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육체를 지배해 기기를 내리치는 아픔까지 잊게 만든 모양이다. PC방에 부서진 키보드나 모니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을 자주 보는 PC방 직원들은 말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답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C씨(38)는 “처음엔 말려도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뒷말뿐이었다”며 “기분도 나쁘지만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자칫 안 좋은 소문 때문에 발길이 끊길까봐 머뭇거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불친절과 노동강도의 상관관계

진상손님과 함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 것은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다. 일부 고객은 직원의 불친절함을 PC방 문화의 안 좋은 사례로 지적한다.

최근 프랜차이즈형 PC방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것이 기본이 됐다. 그러나 끓이는 라면을 주문했을 때 면이 거의 익지 않거나 불어서 뚝뚝 끊어지는 등 먹기 불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볶음밥, 만두, 스낵 등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다.

PC방을 자주 찾는 한 대학생은 “음식을 주문했는데 한시간이 지나도록 주지 않아 따졌더니 20분 후에 주문 제품만주고 사라졌다”며 “외부음식 반입도 금지해 PC방에서 음료와 먹을거리를 해결하는데 사과마저 없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소 및 위생불량을 지적하는 고객도 많다. 주말이나 평일 밤 7시 이후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 자리에 앉았다가 치워지지 않은 음식물 때문에 몇분을 서성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PC방 직원의 노동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형 PC방의 경우 넓은 매장만큼이나 시간대별로 2~4명의 직원들을 배치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동네 PC방은 단 한명이 카운터를 지키며 음식을 만들고 서빙까지 책임진다. 밀려드는 주문에 음식을 제조하고 쉼 없이 청소를 해도 끊임없이 찾는 고객의 니즈를 채워줄 수 없는 구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PC방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이면엔 노동강도에 비해 일하는 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다”며 “최근 최저시급이 인상되면서 점주들이 인력 채용을 주저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노동계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5호(2018년 8월29일~9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