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출시한 3·1절 기념 도시락. /사진=뉴시스 DB

도시락시장이 급성장한다. 도시락은 더이상 ‘한끼 때우기’가 아닌 ‘즐거운 한끼’ 식문화로 자리잡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저변이 확대된 도시락시장은 편의점업계가 뛰어들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물가 상승과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도시락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이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 가성비가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잘 차려진 한상 못지않은 프리미엄제품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추구)까지 챙기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도시락 케이터링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벗어나 소규모 기업 간 거래(B2B)로 확대되는 추세다.<편집자>
도시락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커지던 시장은 이제 편의점이 주도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기존 브랜드들도 프리미엄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도시락시장의 성장배경은 물가상승으로 한끼 식사에 부담이 커지고 1인가구 등 혼밥족이 증가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편의점도시락이 인기를 끌면서 ‘편도족’(편의점도시락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저가부터 고가 프리미엄제품까지 라인업이 완성된 가운데 업체들은 채널 확대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배송서비스의 활성화가 도시락시장에 퍼지면서 배달앱, 소셜커머스 등 유통기업과의 제휴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시락 붐 이끈 프랜차이즈

도시락시장을 이끈 것은 프랜차이즈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인 한솥도시락이 1993년 종로에 1호점을 내면서 브랜드 도시락 보편화에 앞장섰다. 한솥도시락은 1997년 100호점을 넘어선 이후 2017년에는 700호점을 돌파하며 20년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본도시락, 토마토도시락, 39도시락 등 수많은 브랜드가 생기면서 가격, 맛, 양, 품질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가맹점에 식재료를 공급할 때 다량으로 구입해야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여러 가맹점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성공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시장 확대는 수요도 있어야 하지만 가맹 개설을 원하는 점주도 많아야 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는 일반 식당에 비해 소점포·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상권에 따라 주말에 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프랜차이즈들도 신메뉴 개발, 상권 분석 등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소위 ‘돈 되는 지역’ 찾기 지원에 나섰다.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시장이 커진 것은 여러 요건이 맞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장 흐름의 이해, 끊임없는 변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호흡, 수익성 등 여러 요건이 맞아야 한다”며 “다수 브랜드가 반짝 생기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 흐름에 맞춘 진화가 생명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메기 된 편의점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성장하던 도시락시장은 2010년 편의점들이 뛰어들면서 더 확대됐다. ‘편도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의 ‘2018년 국내 외식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도시락 매출액은 2014년 944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성장했다. 도시락시장은 현재 8000억~9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편의점도시락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도시락시장에서 앞서나간 곳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2010년 배우 김혜자씨를 모델로 한 ‘김혜자 도시락’을 선보였다. 프랜차이즈도시락이 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인 만큼 GS리테일은 ‘엄마표’의 상징 격인 김혜자를 모델로 기용했다. 김혜자는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모델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를 통해 각인된 ‘고향의 맛’, ‘전통의 맛’ 이미지를 도시락 마케팅에 접목시켰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저렴한 가격 대비 알찬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가성비가 좋은 경우 ‘혜자스럽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는 ‘이수근 도시락’, CU는 남아공 월드컵을 활용한 ‘이청용 도시락’을 선보여 편의점도시락의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졌다.

최근엔 프리미엄제품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노우폭스’의 주력제품은 연어 등 스시롤이며 가격대는 7000~8000원부터 1만3000원대로 도시락시장에서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와 가격에 걸맞은 제품 퀄리티 등으로 광화문, 반포, 역삼, 여의도 등 주요 상권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갈비, 대하 등 육류와 해물로 구성된 한정식 수준의 프리미엄도시락이나 파스타도시락 등 개발이 어려울 것만 같았던 메뉴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워 편의점들도 ‘민물장어 도시락’ 등 1만원대 제품을 선보여 저가 이미지 탈피에 나서는 분위기다.

◆라인업 완성… 소비자 잡기 총력

도시락시장 확대의 배경은 1인가구 확산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혼자 외식을 경험한 한식 음식점 중 죽·도시락이 17.4%로 전체의 4위를 차지했다. 도시락은 더이상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닌 편리하고 만족할 만한 식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저가부터 고가 프리미엄까지 사실상 전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제는 어떻게 소비자들을 사로잡는지 경쟁이다. 대다수 브랜드는 채널 확장을 통한 배송서비스에 주력한다. 1인가구가 늘고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서비스가 생활에 스며들면서 배송에 대한 니즈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배달앱이나 소셜커머스 등 유통채널 제휴가 늘고 있으며 비용부담이 큰 가맹점들은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맺는 경우가 늘고 있다. CU의 경우 희망 가맹점을 대상으로 도시락 등 상품의 배송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요기요’, 배달대행업체 ‘부릉’과 제휴를 맺었다. 종합식품기업인 대상은 티켓몬스터와 협업을 통해 ‘청정원 집으로온(On) 236’ 도시락을 개발하고 온라인서비스를 선보였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적정한 가격에 품질까지 높여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잡은 게 편의점도시락 인기의 배경”이라며 “1인가구가 느는 추세에서 혼자 식당을 가기 부담스러운 경우 도시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시장 흐름과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도시락은 동종업종 간 경쟁보다 한끼에 6000~8000원인 일반 식당과 선의의 구도를 형성하는 분위기”라며 “편의점이나 도시락 브랜드들도 프리미엄제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만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