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 도입된 입국장 면세점이 31일 오후 2시 공식 영업을 시작했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제1터미널에 에스엠면세점(각 190㎡ 규모) 매장 2곳, 제2터미널에는 엔타스듀티프리(326㎡)가 1곳의 매장을 운영하며 총 3곳의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연다. 입국장 면세점 오픈 첫 날, 고객의 표정을 살펴봤다.
◆인터넷면세점이 더 싸… "인도장이 더필요"
"생각보다 싸지 않네요.", "담배나 명품이 없는 점은 아쉽네요."
이날 오전 11시, 공식 오픈 전 취재진에 공개된 제2터미널 엔타스듀티프리 면세점의 첫인상은 역시나 적은 매장면적이다. 총 100평이 안되는 면적으로 출국장 면세점에 비하면 확실히 좁다.
판매품목은 공지된대로 화장품, 주류, 건강식품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주류와 화장품은 가장 많은 상품 종류를 구비해 누가봐도 입국장 면세점의 주력상품임을 알 수 있다.
구매한도가 600달러 제한돼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급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상대적으로 해외 저가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화장품은 '어울', 홍삼 화장품 '동인비', 한방 브랜드 '공진단' 등 국내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다. 이외에도 인기 수입화장품 에스티 로더, 크리니크, 에르메스 퍼퓸 등도 판매한다.
가격대는 대부분의 상품이 인터넷면세점보다 비싸다. 이곳에서는 주류인 발렌타인 30년산(70ml) 1병값이 399달러지만 한 대형인터넷면세점에서 쿠폰을 받아 구입하면 20% 할인가격인 319달러에 살 수 있다. 건강식품 등도 인터넷면세점 가격이 더 저렴했다.
고객들이 입국장 면세점을 방문하며 받는 첫인상도 일단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였다. 제1터미널 에스엠 입국장 면세점을 방문한 박미영씨(여·가명)는 "1+1행사가 많긴 했지만 평상시 판매 가격대가 싸지 않은 것 같다"며 "꼭 사야한다면 저렴한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핵심 취지는 출국 때가 아닌 귀국 때 면세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제공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시내·출국장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감안하면 입국장 면세점의 편의성은 관련 수요 고객에게 만족스러울 듯하다. 다만 일부 고객은 가격대가 본래의 취지를 감안해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품목도 주류와 화장품, 건강식품 위주로 구성돼 관련 수요가 있는 고객이 아니면 구매할 상품이 많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남성 고객들은 담배가 없어 아쉬워했다.
고객 정은수씨(남·가명)는 "웬만한 주류 상품은 다 구비돼 귀국 때 지인 선물용으로 구입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술 말고는 남자들이 살만한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담배가 없는 점도 아쉽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서 지인용 초콜릿을 구매한 김민수씨(남·가명)는 "고가제품이라면 출국장 면세점을 이용할 것 같다"며 "여행객 편의를 고려한다면 차라리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아리송한 면세한도·공제 '제대로 알고 가야'
물론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반기는 고객도 있었다. 고객 지하진씨(여·가명)는 "수하물을 받는 인근에 면세점이 있어 구경하며 시간 때우기 좋을 것 같다"며 "입국장에 면세점이 생긴 거 자체로 좋다.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볼 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고객은 기자에게 오히려 "면세한도가 얼만가" "입국장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공제를 못 받나" 등 세금부분에 대해 되묻기도 했다. 아직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정보가 적은 고객들이 많은 탓이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은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그 이상은 구입이 불가능하다. 출국 전 시내 면세점이나 출국장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구매 한도는 3000달러로 입국장 면세점 600달러까지 더해 해외 여행객의 총 면세점 구매 한도는 3600달러가 됐다.
하지만 면세한도는 여전히 600달러로 한정됐으며 세금공제도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국산품부터 우선 적용되는 등 셈법이 복잡하다. 이를테면 해외 브랜드 화장품과 국산 브랜드 화장품을 모두 구매하면서 면세한도를 넘겼다면 국산 브랜드 화장품만 공제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런 고객 혼란을 의식한 듯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오전 오픈 행사 후 "면세한도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면세한도가 600달러임을 감안할 때 고객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세율 정보를 갖고 입국장 면세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입국장 면세점 오픈 행사에 참석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현 정부가 밀고 있는 혁신 사업 중 하나"라며 "도입 초기 판매품목 제한이나 가격대로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에 고객들도 공감해 장기적으로는 잘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