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사전개통을 시작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을 6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할인율은 95%. 그야말로 폭탄세일이다. /사진=휴대폰 인터넷 마케팅 사이트 캡처
오는 14일 사전개통을 시작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을 6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할인율은 95%. 그야말로 폭탄세일이다.
실제 갤럭시노트20을 6만원에 공급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허위·과장 광고다. 판매자는 정식출시도 하지 않은 제품을 어떻게 6만원에 판다고 말하는 것일까. 직접 문제의 업체에 연락해 상담을 받아 봤다.

“갤노트20, 정말 이가격에 줘요?”

13일 기자는 문제의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름과 기존 통신사, 연락처, 신청 단말기를 선택하고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항목에 체크했다. 통상 선택사항으로 분류되는 개인정보보호정책 동의는 체크하지 않고 ‘바로알아보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동의해달라는 팝업창이 등장했다. 약관에는 ‘담당자들의 전화 상담’이라는 항목이 명시돼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텔레마케팅(전화상담 판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케팅 수신동의 항목에 체크해달라는 팝업창이 등장했다. 약관에는 ‘담당자들의 전화 상담’이라는 항목이 명시돼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텔레마케팅(전화상담 판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인터넷 휴대폰 판매 사이트 캡처
신청을 마친 뒤 기다렸다. 안내전화는 몇시간이 흐른 뒤 걸려왔다. 상담원은 “부가서비스도 없고 원하는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며 “특별 할인으로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2년 사용 후 제품을 반납하는 것이 조건이며 제품을 반납하지 않으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겉으로 보기엔 저렴하게 단말을 구입하는 것 같지만 이 방법은 사실 사기에 가까운 말장난이다. 이 수법에 현혹돼 제품을 구입하면 단말기를 제값 다 주고 사는 셈이된다.

6만원에 숨겨진 ‘꼼수’

그렇다면 6만원의 단말기 가격은 어떻게 산출된 것일까. 실마리는 ‘2년 사용 후 반납’이라는 항목이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해당 수법은 단말기를 48개월 할부로 결제하고 24개월 뒤 반납하는 조건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단말기 반납 프로모션에 가입해 출고가는 절반으로 낮춘다. 2년 뒤 반납하는 단말기 가액을 미리 당겨받는 셈이다”며 “갤럭시노트20의 경우 119만9000원이 아니라 59만9500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납 프로모션에는 2년 뒤엔 같은 통신사에서 동급의 단말기를 새로 구입한다는 조건이 포함된다. 2년 뒤 출시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갤럭시노트20의 출고가에서 2년 후 반납 프로모션 할인 분과 24개월 약정할인 금액을 차감하면 총 6만5000원이라는 값이 나온다. 물론 이 숫자는 제품의 정상 가격이 아니다. /정리=박흥순 기자
이렇게 산출된 59만9000원에 2년동안 약정할인 25%로 할인 받는 금액을 적용한다. 물론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계산이다. 소비자가 8만9000원의 요금제를 선택한 뒤 2년 약정할인을 받으면 매달 2만225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2년간 할인받는 금액은 총 53만4000원. 59만9000원에서 53만4000원을 빼면 정확하게 6만5000원이 나온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이 금액에 갤럭시노트20을 판매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휴대폰을 구매할 때 ▲공시지원금 ▲약정할인 25%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단말기와 통신요금 중 어떤 것을 할인하느냐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의 요금을 깎아주고 약정할인은 통신요금을 할인해준다. 통상 5G 요금제의 경우 공시지원금보다 약정할인 25%가 더 크다.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다만 엄밀하게 말하면 약정할인은 단말기 값을 단 1원도 깎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업자는 약정할인을 단말기에 적용해 소비자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든다.

약정할인을 기기값에 태워?

‘갤럭시노트20 6만원’의 비밀은 ▲48개월 할부 ▲24개월 사용 후 기기반납 프로모션 강제가입 ▲악정할인 25%를 단말기 가격에 적용하는 꼼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이 수법으로 단말기를 개통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선 월 1만원 미만의 반납프로모션 비용이 청구된다. 24개월로 계산했을때 20만원에 가까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제품에 손상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매월 5000원 수준의 보험도 필수다. 보험가격은 2년간 약 12만원이 발생한다. 여기서만 30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단말기를 사용하다가 2년 후에는 무조건 반납해야하는 문제도 있다. 제품을 반납하지 않으면 할인도 없다. 출고가인 119만9000원을 고스란히 내야된다.

이 수법으로 단말기를 개통하면 20만원에 가까운 보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며 2년 뒤 무조건 새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사진은 갤럭시노트20 울트라. /사진=임한별 기자
제품을 반납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제품이 새것과 같은 상태가 아닐 경우 20만원 내외의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납 후 같은 통신사의 동급기종 제품을 개통해야 기기값 할인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4년간 노예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리한 것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며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본 뒤 ‘50% 할인’ 또는 ‘2년 후 반납 시’라는 내용을 확인하면 무조건 개통절차를 중지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개통한 경우에는 개통 철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