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가 최근 10년간 2배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설계 전문사)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사)와 함께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팹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32.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퀄컴·엔비디아·AMD 등 팹리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 등 종합반도체기업(IDM)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매출 성장세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IDM과 팹리스의 성장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최근 10년간 팹리스의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IDM의 매출은 2010년 2043억달러에서 올해 2657억달러로 같은 기간 동안 3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팹리스의 점유율은 2002년 1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30%에 이르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메모리 수요가 급등하면서 이 분야와 연관이 적은 팹리스는 25.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메모리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다시 팹리스의 비중이 29.7%로 상승, 올해에는 2016년(30.6%)보다 높은 32.9%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향후 5년간 30% 초반대 점유율을 유지, 전체 반도체 산업에 계속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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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성장세에 따로 노는 한국… "체계적 진흥 필요"━
반도체 산업에서 팹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져가는 반면, 한국 팹리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직 1%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는 인력 부족, 중국과 가격경쟁, 제한된 제품군, 창업기업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다.국내 팹리스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41% 성장을 기록했으나, 그 이후 스마트폰 전환과 디스플레이 수요 정체 등 환경변화 및 R&D 부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등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된 데다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다수가 중소기업인 국내 팹리스는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동차용 반도체 등 유망 분야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이에 정부도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 팹리스의 전략적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성공하려면 협력이 중요하다”며 “제조와 설계, 반도체기업과 전자제품기업, 기업과 정부·학교 간에 더욱 원활하고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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