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들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의미로 설치한 근조화환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김기태 기자
현대차 등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진출을 10년 동안 막는 법안이 이번주 내로 발의될 전망이다. 그동안 병폐가 난무했던 중고차 산업이 대기업 진출로 깨끗해질 것이란 기대를 품었던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23일 조정훈 의원실(시대전환·비례대표)에 따르면 이번주 중으로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의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안'(중고차매매상생협력법),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자동차관리법개정안) 등 2개의 법안을 발의한다.

중고차매매상생협력법은 자동차제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10년동안 막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신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통해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에 대한 책무성은 강화된다. 주요 내용은 법안 발의 이전이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령 허위매물에 대한 중고차 매매업자의 처벌을 강화와 손해배상·과징금, 중고차 매매정보시스템 구축 등이 거론된다.
"대기업 진출 금지, 시대 착오적인 생각"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은 10년 뒤로 미뤄지게 된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환영했다. '머니S'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1721명) 중 90.53%(1558명)는 '소비자 권리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중고차시장은 생계형 업종으로 대기업이 진출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6.51%(112명)에 그쳤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는 응답은 2.32%(40명)였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은 0.64%(11명)였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했다.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고차 시장을 두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부적합’하다고 결론지으면서 대기업 진출길이 열렸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 진출에 대해 완강하게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을 두고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 뒤떨어진 생각에서 비롯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해 소비자 권리가 회복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완성차 기업 대부분이 중고차 사업을 한국에서 영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것은 역차별로도 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법안은 소비자가 외면됐다"며 "이런 법안이 나오면 중고차 시장은 영원히 후진 경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순 대기업 진출을 막는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업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는 소비자 피해였다"며 "그동안 깜깜이 장사를 해온 곳이 상당순데 하루아침에 투명해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