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크림에서 판매하는나이키 스니커즈/사진=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크림에서 판매하는골든구스, 나이키 스니커즈/사진=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요즘 어딜 가나 ‘리셀’(resell)이나 리셀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리셀테크’라는 용어가 들린다.심지어 일명 ‘꼰대’들 사이에서도 MZ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들이 열광하는 리셀과 리셀테크가 정확히 어떤 거래로 진행되는 방식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수익성이다.
리셀은 명품이나 한정판 아이템을 재판매하는 MZ세대의 새로운 거래 트렌드다. 주머니 사정은 가볍지만 한 번을 소비하더라도 ‘가치’와 ‘소유’에 대한 니즈를 함께 거래하고픈 MZ세대에게 리셀과 리셀테크는 매우 매력적인 현물 투자 시장인 셈이다.
리셀테크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현물로 진행되는 투자를 떠올리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명품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나 소장 가치가 있는 한정판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안정성이 보장되는 시장이다.
인기가 높은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의 2017년 가격은 백화점 정가 기준 598만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846만원까지 인상된 데 이어 올 7월 현재 971만원을 호가한다. 4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격이 인상되기 전 해당 제품을 구입하려는 인파로 백화점 앞에 대기 줄이 늘어졌을 정도다.
욕심과는 달리 이런 명품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것)에 참여할 초기 비용조차 녹록지 않은 MZ세대의 경우에는 롤렉스 시계 등 희소성 있는 명품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조각 투자’나 한정판 스니커즈로 돈을 버는 ‘슈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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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구경도 못 하던 롤렉스… ‘조각 투자’로 함께 사고판다━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롤렉스 집합 2호’의 롤렉스 시계들/사진=피스 홈페이지 캡처
바이셀스탠다드의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PIECE)가 지난 6월 희소성 있는 2억원대 롤렉스 시계로 구성한 ‘피스 롤렉스 집합 2호’ 포트폴리오는 런칭 1분 만에 소유권 전량이 완판됐다.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해당 상품 투자자의 70%는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MZ세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 수익률은 6개월 기준 약 25% 수준이다. 이는 희소한 현물자산의 소유권을 조각처럼 분배하여 추후 조각 소유 비율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리셀에 열광하는 MZ세대가 소액 투자를 통해 ‘소비’와 ‘소유’라는 두 가지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사례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구매 금액이지만 ‘구하기도 힘들다’는 롤렉스 시계를 조각으로 나눠 구입하고 판매 후 각자 이익을 얻는 셈이다.
슈테크의 거래 열기도 상당하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 통계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 6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희소성 있는 스니커즈를 발매 직후 재빠르게 구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슈테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Z세대의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언급량’/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최근 3년간 리셀테크 관련 소셜데이터 언급량’/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셜데이터를 통해 리셀테크 관련 단어를 언급한 수치가 2018년 1만5247건에서 2020년 2만1802건으로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리셀테크 연관어는 ‘신발’,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슈프림’ 등 스니커즈 리셀 거래가 활발한 글로벌 브랜드명이 주를 이뤘다.
리셀 거래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인 ‘리셀 전용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건강한 리셀 시장도 새롭게 열리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오픈한 네이버의 ‘크림’(KREAM), 무신사 ‘솔드아웃’(soldout), 힌터가 운영하는 ‘프로그’(frog) 등 리셀 전용 플랫폼 덕분에 수량이 한정된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발 빠르게 공유하고 더욱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리셀 거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리셀테크 연관어 순위’/그래픽=김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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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크림’ vs 무신사 ‘솔드아웃’ vs 힌터 ‘프로그’━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전용 플랫폼 크림은 ‘한정판 거래의 플렉스’를 모토로 내세우며 출시 이후 매월 전월 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성장률을 기록했다.
공식 런칭 후 1년 만에 누계 거래액 27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용자 또한 1년 만에 4배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이용자 수를 확보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크림을 내세워 국내 리셀 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네이버는 글로벌 리셀 시장 진출에도 탄력을 붙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스페인 1위 리셀 사업자 ‘왈라팝’에 1550억원을 투자하고 인니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 ‘부칼라’에도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일본 ‘소다’(SODA)에 대한 투자로 일본 운동화 리셀 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소다가 운영하는 일본 최대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스니커덩크’(SNKRDUNK)는 감정 전문 회사와의 업무 제휴로 위조품 이중 감정을 실시해 정품 거래를 보장하며 월간 약 25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무신사 솔드아웃/사진제공=무신사 솔드아웃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이후 2009년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스토어’를 개설해 거래액 1조200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무신사가 개인 간의 불안정한 리셀 거래에서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이고자 2020년 7월 런칭한 플랫폼이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이다. 스트리트 패션, 스니커즈, 한정판 문화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무신사가 누구보다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판단은 적중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5만회를 돌파해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월평균 1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리셀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정판 제품 중개 플랫폼으로서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840만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 스토어와 시너지를 발휘해 리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다.
솔드아웃은 취급 품목을 스트리트 웨어까지 늘려 한정판 마켓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5월에는 두나무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마니아층이 뚜렷한 프로그의 ‘어반브레이크 2021’ 부스/사진제공=프로그
마니아층이 뚜렷한 프로그의 ‘어반브레이크 2021’ 부스/사진제공=프로그
힌터가 운영하는 리셀 전용 플랫폼 프로그는 2019년 월 최고 30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급부상했다.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쟁 플랫폼과는 달리 스타트업이지만 프로그에 대한 마니아층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그 중심에는 인플루언서이자 한정판 정가품 판별 전문가인 ‘코비진스’가 있다.
코비진스를 앞세워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인 프로그는 그야말로 ‘슈테크’의 메카다. 실제 착용하려는 구매자들도 상당하지만 투자의 개념으로 리셀테크를 즐기는 이용자가 70%를 넘어선다. 이는 프로그가 한 번에 여러 개의 한정판 아이템을 구입하는 이용자들의 구매 패턴 확인을 통해 검증한 사실이다.
더불어 프로그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부터는 스니커즈 리셀 중심에 있던 나이키 외에도 뉴발란스, 컨버스 등 브랜드나 제품의 다양성 또한 커지고 있다.
프로그는 최근 업계 최초로 기존에 종이로 발급되던 정품 인증서를 NFT(대체 불가 토큰) 기반의 정품 인증서로 대체하면서 기존의 인증서가 갖던 한계점을 보완했다. 카카오의 클립(Klip)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카카오 클레이튼 블록체인 에코 시스템에 등재될 예정이다. NFT 인증서를 바탕으로 위조품 유통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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