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소속 외국인 선수 4명 인터뷰] 몸싸움·빠른 템포의 경기력 돋보여… "안전한 한국서 롱런하고 싶다"
양승현 기자|ViEW 10,657|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K리거들은 우선적으로 피지컬이 좋은 리그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왼쪽부터 라스 벨트비크(수원FC) 아스나위 망쿠알람(안산 그리너스) 사살락 하이프라콘(전북 현대 모터스) 니콜라스 베네가스(서울E랜드). /사진=각 구단 제공 및 인스타그램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특징으로 거친 몸싸움과 함께 빠른 템포의 경기력을 담보할 수 있는 '피지컬'(신체 조건)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안정적이며 치안과 음식이 좋아 만족도 역시 높다는 반응이다.
머니S는 K리그에서 활약 중인 라스 벨트비크(30·수원FC) 아스나위 망쿠알람(21·안산 그리너스) 사살락 하이프라콘(25·전북 현대) 니콜라스 베네가스(25·서울E랜드) 등 4명의 외국인 선수들과 만나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와 한국살이 등을 들어봤다.
수원FC의 라스는 9월 16일 기준 K리그 득점 1위이며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아스나위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첫 K리거다. 전북 현대의 사살락은 태국 국가대표이며 서울E랜드의 니콜라스는 아르헨티나의 명문 보카주니어스 유스 출신이다.
수원FC 소속 공격수 라스. /사진= 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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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피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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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국인 K리거는 리그 적응을 위해 무엇보다 강한 체력이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스와 베네가스는 각각 197㎝와 186㎝의 건장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K리그는 거친 무대다.
라스는 "모든 팀들이 강하다"며 "특히 선수들이 피지컬뿐 아니라 일단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비가 좋은 K리그는 승리를 중요시해 (수비에선) '파이브(5)백' 전술을 자주 쓴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리그를 경험한 라스는 "(네덜란드 리그는)승리도 중요하지만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힘과 조직력의 축구를 추구한다"며 K리그와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지난 6일 '줌'을 통해 진행한 라스(왼쪽)와의 화상 인터뷰 장면.
베네가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K리그는 아르헨티나 리그처럼 몸 싸움이 많다"며 "(K리그는) 선수들 모두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살락과 아스나위도 피지컬을 언급했다. 이들은 동남아 출신으로 체격 조건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편이다. 사살락은 "K리그에서 뛰려면 태국보다 더 우월한 체격 조건이 요구된다"며 "훈련 강도가 세고 체력 훈련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살락은 이런 이유로 K리그 입성 이후 보다 원활한 적응을 위해 개인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스나위는 "K리그는 인도네시아 리그보다 경기 템포가 빠르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인도네시아에 비해 한국에선 피지컬이 기본이고 그만큼 한국 선수들은 체격이 좋고 강한 체력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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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미, 동남아… 국적은 달라도 한국살이는 모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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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생활엔 네 선수 모두 만족감을 표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7년 동안 뛰었던 라스는 "네덜란드에서 오래 뛰면서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갈 쯤 한국에서 제안이 왔다"며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고 아시아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말로 한국행 이유를 전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은 물론 사람들을 만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 그리너스 소속 아스나위. /사진= 안산 그리너스
아스나위는 "한국행에 신태용 감독(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과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대표인 그의 기량을 직접 확인한 신 감독이 K리그 구단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생황에 대해선 "안산에 인도네시아 커뮤니티가 있어 주말마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고 고향에 있는 것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한국 처음 왔을 때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매서운 추위 때문에 힘들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전북 현대 소속 사살락. /사진= 사살락 인스타그램
사살락은 "해외 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며 전북의 제안을 받았을때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박지성을 우상으로 여긴다는 그는 "우상인 박지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전북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선 "이적 전에도 한국 드라마들을 즐겨봐 왔고 한국 음식, 특히 떡볶이를 굉장히 좋아해 낮설지 않았다"며 "도시와 경기장들도 엄청 넓고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베네가스는 한국의 안전한 치안 상황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도시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치안이 아르헨티나에 비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선 택배 도난과 길거리에서 핸드폰 절도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한국은 며칠동안 택배가 집 앞에 있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4일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만난 아스나위 망쿠알람(가운데)은 "당장 여행 같은 활동보다는 축구와 훈련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양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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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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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이 풀리면 가장 먼저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라스는 "최대한 빨리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식당과 멋진 곳들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양양이나 제주 등을 가봤지만 가족과 함께 부산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을 축구가 아닌 여행으로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살락도 "가족에게 한 경기라도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한국이란 아름다운 나라도 꼭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화상 연결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전북 현대 소속의 사살락 하이프라콘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뛰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승현 기자
베네가스는 현재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에 함께 머물고 있다. 다만 방역지침 강화로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 하루 빨리 가족과 편하게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밝혔다. 아스나위는 "워낙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아 왔기 때문에 그리움은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 여행보다는 축구와 훈련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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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다르지만 방점은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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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목표는 자신이 속한 팀들의 상황에 따라 상이했다. 승격팀에서 뛰고 있는 라스는 "당초 올시즌 목표는 9위나 10위를 차지해 잔류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좋은 흐름이 이어져 6위 안으로 시즌을 마무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 목표에 대해 "득점왕"이라고 강조하며 "득점 2위는 해봤지만 득점왕은 차지한 적이 없어 꼭 득점왕을 하고 싶다"는 말로 강한 포부를 나타냈다.
서울E랜드 소속 베네가스의 경기 장면. /사진= 서울E랜드
K리그2(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아스나위는 "최대한 많이 뛰어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어 "나를 응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팬들이 동료 선수들까지 응원해줘 팀 모두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믿어준 구단에 보답하고 싶다"며 "매 경기 팀 승리에 기여해 이랜드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사살락은 "6개월의 단기 계약이지만 최선을 다해 더 남고 싶다"며 "전북이 리그 우승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K리그에서 활약중인 외국인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수준과 경기장 환경 등을 언급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K리그는 분명히 매력이 있고 유럽리그 못지 않은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