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등하는 물가를 잡고자 23일부터 매주 프랜차이즈 주요 메뉴 가격을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급등하는 물가를 잡고자 매주 프랜차이즈 주요 메뉴 가격을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외식물가 공표제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12개 품목의 주요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62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22개 업체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동향 조사 대상에 포함된 프랜차이즈 품목은 ▲부처 관리품목 4개(죽, 김밥, 햄버거, 치킨) ▲민생 밀접품목 8개(떡볶이, 피자, 커피, 자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이다.


농식품부는 가장 최근 조사인 2월 3주차 조사에서 총 62개 브랜드 중 16개가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 전월대비 인상폭은 ▲죽 4.0%(본죽) ▲햄버거 1.1~10.0%(맘스터치, 버거킹, 맥도날드, KFC) ▲치킨 5.9~6.7%(굽네치킨) ▲떡볶이 5.4~28.7%(신참떡볶이, 죠스떡볶이) ▲피자 3.2~20.2%(피자마루, 59피자, 도미노피자, 피자알볼로) ▲커피 2.9~8.2%(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설렁탕 1.8%(한촌설렁탕) 오르며 외식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지인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외식 경기 악화와 식재료비 상승 등으로 외식업계 어려움이 큰 상황인 만큼, 업계와의 지속 소통을 통해 경영지원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라며 "국민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 폭 최소화 및 인상 시기 분산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데… 실효성 없는 정책"
외식물가 공표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물가안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같은 종류의 상품에 대해서는 하나의 가격만이 성립한다는 '일물일가' 법칙이 있다. 쉽게 말해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가격만 존재한다는 원리다.


가령 농산물 같은 경우는 생산지가 정해져 있어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매주 가격을 공표하는 게 의미가 있다.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에 관한 통계를 작성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외식물가는 물리적 상품이 아니다. 만드는 사람, 들어가는 재료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외식업체를 한번에 묶어 공표하는 게 의미가 없다. 한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외식물가 공표제는 후퇴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며 "공산품도 아니고 레시피와 만드는 사람에 달라지는데 최종 소비자 가격을 감시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게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급선을 다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의 원인은 국제유가 급등, 세계적 공급 차질에 따른 제품 품귀 현상 등인데 근본 원인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상승의 원인은 원·부재료 제반 비용의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라 생산 원가가 오르고 있어서다"며 "물가수준 상승률이 원재료-중간재-최종재 순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서 실질적인 정책을 내놔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들도 황당함을 내비쳤다. 매주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왜 공표시기를 주마다 정했는지 모르겠다는 것. 매주 가격을 체크해야 할 정도면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통제를 벗어난 상황) 상황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도 정부에서 시장의 물가를 인위적으로 잡다보면 부작용이 있었다"며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을 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느낌이며 일주일마다 가격을 올리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는 다양한 외식 브랜드의 가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물가 안정책으로는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