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는 한 인쇄공장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크게 훼손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러시아 군인들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인을 거세하는 등 잔혹하게 고문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도 규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은 지난주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 처음 올라왔다.

약 1분30초 길이의 이 영상에는 러시아 군복을 입고 파란색 수술용 장갑을 낀 남성과 손발이 묶인 채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등장한다.


이 남성은 커터칼로 우크라이나 군인의 속옷을 자른 뒤 거세했고, 절단된 생식기를 카메라를 향해 들어 올렸다. 이후 다음 영상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이 남성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시신을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앞서 입에 재갈을 문 여성 포로가 최소 4명의 러시아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군인 중 한 명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Z' 표식이 새겨진 제복을 입고 있었다.

영상이 찍힌 정확한 시점과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누리꾼들과 탐사 저널리스트 등은 즉각 영상의 진위와 가해자 신상 파악에 나섰다. 잔혹한 영상에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러시아 군인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인을 거세하는 모습.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스1

하지만 탐사 매체 벨링캣의 에릭 톨러 디렉터는 "이 영상이 조작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배경에 등장하는 흰색 자동차에 Z 표식이 적혀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영상이 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영상에 등장한 러시아군 중 일부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주의 한 도시에서 모습이 찍혀 러시아 매체를 통해 공개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해당 사건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실은 "영상 분석 결과 러시아 연방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 복장의 포로를 고문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충격에 빠졌다. 유엔인권조사단은 "러시아군 또는 관련 무장단체 일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생포된 병사를 구타, 거세, 총살하는 장면이 담긴 이 영상에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이어 "영상 속 고문을 당한 병사는 머리에 총을 맞은 뒤 도랑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이런 행동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불행히도 포로와 전투력을 상실한 사람을 고문하고 재판 없이 처형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일갈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침략 전쟁은 나날이 끔찍한 잔혹 행위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전쟁 포로에게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르는 끔찍한 영상이 친러시아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며 규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해당 영상에 관한 조사를 요구했다. 마리 스트러더스 국제앰네스티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담당 책임자는 "형사상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은 조사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끔찍한 공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명과 존엄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명백한 예시"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리는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를 기록해왔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지원 반군이 포로를 즉결처형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시민을 재판 없이 처형하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