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오너 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 로이터(일론 머스크), 뉴스1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있다. 지난 5월19일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는 항공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승무원에게 성추행 합의금으로 25만달러(약 3억1800만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6.42% 하락한 663.9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나스닥이 소폭(0.30%) 하락에 그쳤음에도 테슬라가 6% 이상 급락한 것은 머스크의 성 추문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오너 리스크를 넘어 '머스크 리스크'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와의 불륜설이 불거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너 리스크 사례로는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있다. 같은 해 12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도 단기간에 급락했다.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 조사 결과 2015년 3월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전년 6위 대비 39계단 떨어진 45위를 기록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은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조 사장은 2018년 4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가하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올해 초 2대 주주였던 KCGI가 공개적으로 그의 승진을 문제 삼으면서 사내이사에 오르지 못했다. KCGI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강행된 (주)한진의 조현민 사장 선임은 과거의 후진적 지배구조로 회귀를 의미한다"며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회사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남양은 오너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급상승 했다. 지난해 5월27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등 특별관계자는 보유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52.63%)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43만9000원이었던 남양유업의 주식은 계약 체결 공시 이후 70만원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리점 갑질 사태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남양유업의 주가는 2013년 5월3일 장중 117만5000원으로 정점을 찍고 수년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9년에는 창업주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4월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의 회삿돈 유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국회가 오너 리스크로 대리점주와 소액주주에 손해를 끼친 점을 신문하겠다며 홍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국감에 출석하기도 했다. 오너인 홍 회장의 평판 하락으로 인해 대리점주들이 피해를 봤지만 현행 규정상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양유업의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한앤컴퍼니는 오너리스크 해소를 위해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고려하기도 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 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양측은 매각 전제조건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10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발언으로 이날 신세계 주가가 6.80% 하락하면서 23만30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은 2조4613억원에서 2조2939억원으로 1684억원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같은 날 5.34% 내린 13만3000원에 마감, 장중 신저가를 찍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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