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코리아의 주력 모델인 익스플로러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사진=포드코리아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구입한 포드 익스플로러에 대한 리콜 통지서를 받았다. 안전띠 체결과 계기반 불일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인데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A씨는 서비스센터에 예약 전화를 했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주말엔 리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며 평일에 예약하라는 것. 직장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하자 서비스센터에서는 연차휴가를 내고 오면 된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놨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의 '일방통행'에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비자와 완성차업체 사이의 갈등은 어떤 브랜드라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지만 포드코리아는 무조건 남 탓만 하며 스스로 문제를 키우고 있어서다. 제품은 본사가 만들었고 서비스는 판매사(딜러사)와 소비자의 문제일 뿐이라는 식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드코리아는 현재 주력 모델인 '익스플로러'를 고객에게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안전벨트 관련 리콜 때문인데 포드코리아 공식 딜러들은 다음주 중 인도가 시작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 달여 동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포드코리아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북미 규정과 국내 규정이 충돌한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입차업계 일각에선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품 구성 단계에서부터 이미 인증과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포드코리아는 최근 상품 담당자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곳 중 하나"라며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제품 구성과 판매에 지금보다 훨씬 섬세한 접근과 부드러운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매사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센 것도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가 됐다"고 부연했다.

소비자 기만에 발 돌렸다
포드코리아의 대표 차종은 대형SUV(승용형 다목적차) '익스플로러'다. 현재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큰 덩치를 바탕으로 '아빠들의 드림카'로 평가받았는데 수 년 전만 해도 전시장에 세워둘 차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다르다. 판매량이 크게 줄어 판매사원들마저 위축된 상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드 브랜드는 지난달 155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9월 492대에 비해 68.5%, 지난해 같은 달 502대와 비교하면 69.1% 줄었다. '존재감'을 보여주는 시장 점유율도 낮아졌다. 익스플로러가 돌풍을 이어가던 2019년엔 8737대가 팔려 점유율 3.57%였지만 2020년 7069대, 2.57%로 줄었다. 지난해는 6721대, 2.43%며 올 들어 1~10월 4206대, 1.86%로 더 떨어졌다.

판매량 하락 원인은 전체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익스플로러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지난 9월 판매량이 329대였지만 10월엔 24대에 그쳤다.

그동안 1억원 미만 수입차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출시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지난 9월 3464대에서 10월 4147대로 판매가 늘었고 쉐보레 트래버스 판매량도 같은 기간 180대에서 260대로 증가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픽업트럭 포드 레인저는 출시 전부터 시동꺼짐과 앞유리 고정 불량 등 품질 논란을 겪었다. 경쟁 모델 쉐보레 콜로라도가 매월 150대가량 팔리며 올해 누적판매량이 2527대를 기록했지만 레인저 판매는 535대에 그친 이유다.

익스플로러 상품성 문제와 신뢰를 깨는 일방통행 정책도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포드코리아는 올해 내놓을 신차 5종을 미리 소개하며 판매가격을 공개했다. 포드 차종 중에선 브롱코가 아우터뱅크스 모델이 6900만원, 익스플로러 하이브리드가 6770만원이었다.

지난 3월 출시한 브롱코는 약속대로 가격을 6900만원을 유지했지만 익스플로러 하이브리드는 150만원 올려 6920만원에 내놨다. 익스플로러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이미지에 일반 소비자 관심이 쏠리는 차종이어서다. 브롱코는 지프 랭글러와 마찬가지로 오프로드 주행을 강조한 제품 특수성 때문에 구매자가 제한적이다.

구매후 서비스도 문제다. 포드 소비자들은 국산차를 타다가 바꿔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차에 문제가 있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사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A씨 사례처럼 서비스센터의 불친절한 태도를 겪은 이들은 보증기간이 끝나자마자 사설 정비소를 이용하거나 아예 차를 팔고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경우로 이어진다.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특성상 굳이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코리아의 SUV 라인업 /사진제공=포드코리아
美 본사마저 불안한 움직임
지난 1일 미국 CNBC 등 외신들은 포드가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 차질을 겪은 데다 자율주행 투자 손실로 지난 3분기 적자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순손실액은 8억2700만달러(약 1조1799억원)이다.
포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대한 투자 손실 27억달러(약 3조84750억원)을 반영한 탓이라고 설명했는데, 아르고 AI는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포드의 미래차 개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 내 판매량도 줄었다. 포드는 지난 9월 미국에서 14만2644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5만6641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악화로 저성과자 퇴직 프로그램도 꺼내들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포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실적 저하자는 퇴직하거나 4~6주 성과 향상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 프로그램 이수 후에도 성과 개선이 없으면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포드코리아는 수입사로서 고객 특성에 맞춰서 융통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함에도 자신들의 편의만을 앞세운 태도는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