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저치국 의원·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왼쪽부터). /사진=로이터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과 사우디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상대국에 대사관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 47명을 반체제 혐의로 처형한 사건으로 외교 관계가 끊긴 지 약 7년 만이다.
이란과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과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만나 국교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양국 정부가 지난 2001년 체결한 무역·경제·투자에 관한 합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란·사우디의 관계정상화가 자신들 덕분이라는 입장이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날 "이란·사우디 관계 정상화는 대화의 산물"이라며 "중국은 앞으로도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미국이 지난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를 지목한 이후 미국·사우디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에 대해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 "과거 중동 지역 분쟁에 관여하지 않던 중국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중동의 권위주의 정권은 인권에 대해 강의하지 않으면서도 원유를 대량 구매하는 중국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원유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중국이 이란·사우디 중재에 나선 것은 미·중 갈등 때문"이라며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은 향후 타이완과의 전쟁 시 서방의 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이란·사우디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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