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도서관이 제공한 사진 속에 1946년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마셜제도 북부 비키니환초에서 시행됐던 핵무기 시험발사 현장이 담겨있다. 2014.04.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이 전략 핵무기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와 교환하지 않겠다는 뜻을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미국과 맺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조처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전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에게 핵무기 관련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을 전달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중단에 대응해 조약 내에서 우리가 취한 첫 조치"라며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WSJ에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로이터통신에 "국제법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가 의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비례적이고 회복 가능한 대응 조치를 취함으로써 러시아의 뉴스타트 위반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핵위협이니셔티브(NTI)의 린 루스텐 부회장은 미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적절하다"며 "러시아는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제공받는 혜택을 계속 누려야 할 이유는 무엇이냐"고 평가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러시아와 미국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의 수를 1550기, 운반체를 70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국은 조약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호 사찰을 해오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에서는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협정 복귀 조건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통제를 내걸었다.

당초 2021년 2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장을 통해 협정은 2026년까지 연장됐다. 다만 러시아 측에서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자국 시설을 상대로 시행해오던 사찰 활동을 잠정 중단시킨 데 이어 뉴스타트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며 추가 연장 협상도 답보 상태다.

그간 러시아는 뉴스타트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핵무기를 두고 양국 간 긴장감은 고조돼왔다. 조약이 만료되거나 두 국가 중 하나가 일방적으로 조약을 탈퇴할 경우, 핵무장 잠수함, 폭격기, 미사일을 무제한으로 배치할 수 있어 국제 안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