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이날 예정된 권익위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 회부한 위원장의 근태와 관련한 표적감사 결과 공개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2023.6.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진행된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감사가 9일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감사원은 지난 1일 최종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 후 약 일주일 만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통 의결 후 보고서 공개까지 2~3주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감사원은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신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과 감사를 담당한 특별조사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과의 질답 시간도 마련했다.

◇"전현희 처신 부적절…기관장으로 전체 업무 책임 져야"

감사원이 공개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보고서는 전 위원장이 갑질 근절 및 청탁금지법 주무부처 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갑질' 직원에 대한 탄원서 제출에 대해선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유권해석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유권해석 결론을 내린 것을 '실무진 판단'이라 적시한 보도자료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감사원은 파일명에 '위원장님 작성'이라고 쓰여있어 실무진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자료를 내보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행위가 "위원장의 전체적인 업무에 있어 다른 점이 있다"는 게 감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수행비서가 전 위원장 앞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관점의 차이"라고 했다.

다만 보도자료 작성·배포에 있어 기관장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판단 하에 별도의 처분을 내리지 않는 대신, 향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보고서에 사실관계를 적었다고 밝혔다.

근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세종청사에 오전 9시를 넘어 출근한 비율은 93%, 정부서울청사로 출장을 갔을 때 오전 9시 이후에 출입한 비율이 97%였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감사원 관계자는 "세종시에는 세종청사로 출퇴근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관사 등 시설이 완비돼있다"며 "서울에서 계속 출퇴근을 하다보니 지각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 A씨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사건 조사 업무를 방해하고 위·변조한 증빙서류로 출장 여비를 부당 수령했다"며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경력경쟁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 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 권익위 고충민원 조사결과보고서를 부정확하게 기재한 담당자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대해 '개인 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관 주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주무 부처의 장은 다 책임 있다고 봐야한다. 전체 업무에 책임 있는게 기관장이라 개인 비위 행위가 없어도 기관장 책임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이날 예정된 권익위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 회부한 위원장의 근태와 관련한 표적감사 결과 공개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2023.6.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감사원 기관장 '면직' 처분 못해…'사퇴 압박' 아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사퇴압박용 표적감사"라는 전 위원장의 주장 등 권익위 감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상적 감사"라며 "감사의 목적이 '사퇴'라면 불순한 목적이 될 수 있지만 감사원은 기관장에 대해 면직 처분할 수 없다. 기관장에 대해선 '주의' 처분 밖에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감사원 감사로 인해 이정희 전 권익위 부위원장이 사퇴한 것"이라며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았다는 내용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이번 감사가 비슷하다는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감사 시행 후 사퇴하면 '사퇴 목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되나"라고 반문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감사의 형식을 빌린 사퇴압박용 (수단)이었지만, 이번 감사는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절차적 과정을 다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전 위원장이 "특정 제보자의 증언만으로 감사 결과를 낸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엔 "관련자 진술을 최대한 종합해서 결론을 낸 것으로 일방적인 주장만 담아 감사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보고서에 전현희 수사요청 근거 빠져…野 "유병호 입장문"

그러나 이번 감사보고서 공개로 모든 의구심이 해소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감사보고서에는 지난해 '유권 해석' 사안과 관련해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요청한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위법한 부분에 대해 수사요청한 내용은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며 "전 위원장이 정무직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요청한 사안은 수사결과가 나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보고서의 경우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한 근거 법령이나 규정을 쓰고 위반 사실을 서술하는 데 비해 이번 보고서는 '제보 내용과 확인한 사실관계' 위주로 쓰여졌다.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감사보고서 의결 및 공개 과정에서 감사위원회와 감사원 사무처 간의 잡음도 불거진 상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익위 감사 결과보고서는 '유병호 입장문'이다. 보고서의 형식도 '제보 내용과 확인 결과'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형식"이라며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의 의결 취지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상당 부분 할애해 적어놓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