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외교부가 22일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북한과의 군사협력 여부에 관한 "투명한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주 북러정상회담 당시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 상호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이 논의됐을 것이란 국내외 관측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연일 "근거 없는 추측"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러북 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리 우려는 소문과 추측에 기반을 둔 게 아니다. 러시아 고위 인사 스스로 그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에 앞서 '회담에서 무기거래 문제를 논의할 거냐'는 물음에 "우린 대중에게 공개·발표할 수 없는 민감한 분야에서도 협력한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회담 뒤에도 '무기거래 등에 관한 합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군사기술 협력은 아주 민감한 협력 범주에 속한다"면서도 "우린 가능한 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답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특히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달 4일 북한과의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 또한 20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합의를 전제로 북러 양자 혹은 중국을 포함한 3자 간 연합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그와 같이 우려스러운 군사협력을 북한과 하지 않을 거라면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북러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사항들을 공개하란 뜻으로 해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러 양측은 앞서 정상회담 뒤 그 결과를 담은 문서를 발표하지도,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의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 초치(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20일·현지시간)을 통해 러시아 측에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 간의 무기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러 군사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라며 동맹·우방국과 함께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현재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다량의 재래식 무기를 비축해온 북한을 그 보급선으로 택했다는 게 한미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주한러시아대사관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는 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란 취지의 주장을 펴는가 하면,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을 두고는 "러북 협력을 깎아내리기 위한 미국의 선전활동에 동참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차관도 이날 이도훈 주러시아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양국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가한 비우호적 발언"을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루덴코 차관 또한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관한 국내외 평가·분석 등에 대해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북러정상회담 내용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면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