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방문 일정 중 연말까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탈환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의 전략 차이가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언론인들과의 회의 중 "우리는 바흐무트를 탈환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두 개의 도시를 더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날씨가 좋지 않은 가을, 어려운 날에도 (반격을) 멈추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정보 및 군사 당국자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탈환에 집중하는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해왔다. 지난 3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바흐무트가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상징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 탈환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공세에 상당한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일부 미국 관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가 바흐무트 전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에 차라리 바흐무트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공세를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바흐무트 공세를 주도했던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지금이 바흐무트를 탈환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가 아닌 남부 멜리토폴 탈환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멜리토폴을 탈환하면 이곳에서 포격으로 크림반도 러시아군의 군사 거점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관리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국경 사이의 육교를 차단하는 전략 목표를 거둘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반이 약해지고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부터 반격을 시도해 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병력이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세계에서 군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푸틴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나는 그가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캐나다로 이동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3억25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패키지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와 달리 달라진 분위기에 직면해야 했다. 미 의회에선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원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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