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24일(한국시간)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저조한 구속에 밋밋한 제구.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4위 팀의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복귀 후 가장 좋지 못한 투구로 고개를 떨궜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선발 등판, 4⅓이닝동안 7피안타(3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 8월 오랜 재활 끝에 돌아온 류현진은 8월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5로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9월 들어선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4로 역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복귀 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전과는 달랐다. 타선의 지원이나 불펜 불안 등의 '불운'이 아닌 류현진 개인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그는 1회 시작부터 얀디 디아즈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1볼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지만 2차례 파울 커트를 당했고 6구째 시속 89.4마일(약 143.9㎞)짜리 공이 통타당하면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됐다.
이후 해롤드 라미레즈에겐 볼 4개를 연거푸 던지는 보기 드문 모습이 나왔다.
2아웃을 잡으며 무난하게 마치는 듯 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을 맞은 주니어 카미네로에게 7구 끝에 볼넷을 허용했고 조시 로우와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3점홈런을 맞았다.
시속 87.9마일(약 141.5㎞)짜리 직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여지없이 장타를 허용한 모습이었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 ⓒ AFP=뉴스1
실점없이 넘긴 2, 3회에도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감을 노출한 류현진은, 4회 결국 '한방'을 더 맞았다.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에게 1볼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또 다시 홈런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직구였는데 구속은 87.2마일(약 140.3㎞)로 더 낮아졌다. 하위타순의 베탄코트지만 밋밋한 직구를 위험한 코스에 던지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류현진이 한 경기 3개 이상의 피홈런을 허용한 것은 2년여만이다. 그는 지난 2021년 8월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피홈런을 포함해 3⅔이닝 7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복귀 후 최다인 89구를 소화했다. 하지만 이는 불펜투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토론토의 전략이라고 봐야한다. 그나마도 1사 1,2루에 몰리면서 이닝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복귀 후 최다실점을 기록한 최악의 경기였다. 복귀전이었던 8월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는 9피안타(1피홈런) 4실점을 했지만 복귀 후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는 빅리그 레벨에서 통하기는 어려운 구위였다. 한동안 구속이 올라오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날 경기는 다시 87~89마일 정도로 낮아졌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수술 이력까지 있기에 구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탬파베이 레이스 얀디 디아즈. ⓒ AFP=뉴스1
류현진은 이를 대체할 무기로 시속 100㎞ 초반대의 느린 커브 사용 빈도를 늘리기도 했다. 한동안 느린 커브는 류현진의 삼진을잡는 무기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상대 타자들이 간파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타이밍을 늦춰 파울로 걷어내거나 아예 정타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나왔다.
토론토는 현재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탬파베이를 상대로 고전했다는 것 역시 좋은 징조는 아니다. 류현진으로선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류현진은 오는 30일 탬파베이를 홈으로 불러들여 다시 한 번 상대한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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