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유치권자의 무단 임대 행위가 끝난 뒤에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무단임대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사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하도급업체 대표 B씨는 부산 부산진구 소재 아파트 신축 사업에 참여했다가 도급업체가 부도가 나자 다른 하도급업체와 협의체를 꾸렸다. 협의체와 함께 비용을 부담하면서 작업을 이어 나가다가 2006년 7월 공사를 모두 마쳤다.

B씨는 공사대금에 기한 유치권 행사로 2006년 12월부터 아파트 6세대를 점유해 왔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B씨)이 그 물건에 관한 채권의 전부를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유치해 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B씨는 2007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점유 중인 6세대 가운데 1세대를 당시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임대했다.


2018년 5월 해당 세대의 소유권을 취득한 A사는 B씨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를 요청했지만 B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A사는 과거의 무단 임대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민법에 따르면 유치권자가 유치물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임대한 경우 유치물의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2심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B씨의 무단 임대는 A사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있었으므로 A사가 무단 임대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우선 대법원은 "유치권자는 유치물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짚었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란 평균적,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이 그때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서 기울일 수 있는 주의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때 제재하기 위한 성격의 것"이라며 "채무자나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취지와 소유자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소유자(A사)가 무단임대 행위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했더라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