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정비사업 조합총회 관련 쟁점 등 정리' 세미나를 개최해 조합 총회에서의 의사·의결 정족수 충족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유형과 그에 따른 판례를 소개했다. /사진=뉴스1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개최한 '정비사업 조합총회 관련 쟁점 등 정리' 세미나에서 조합 총회의 의사·의결 정족수 충족을 둘러싼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고 1일 밝혔다.
총회 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 법령과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사·의결 정족수를 모두 갖춰야 한다.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 정족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출석 조합원은 당초 총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있던 조합원을 의미한다. 회의 도중 스스로 회의장에서 퇴장한 조합원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조합원은 서면결의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이미 제출한 서면결의서는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기에 총회 당일 해당 안건에 관한 결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철회가 가능하다.
범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철회 의사 표시에 반드시 일정한 절차와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철회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행위나 외관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정관에서 서면결의서와 철회서의 제출 방식에 관해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본인이 직접 철회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회에 대한 시간 제한을 두거나 조합원이 직접 또는 정관에서 정한 대리인을 통해 방문 등기우편으로 조합 사무실에 제출해야 하는 등의 방법을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며 여기에 위배된 철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부연했다.
일부 조합은 서면결의 철회서 수령을 거부해 갈등이 일기도 한다. 조합이 조합원의 서면결의서, 서면결의 철회서의 수령을 거부하면 조합원들의 철회 의사가 총회 결의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므로 해당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본다.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철회서 수령을 거절했으나 철회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을 때는 철회 효력이 생긴다고 판단한다. 기제출된 서면결의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의사·의결 정족수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서면결의서 재철회 또한 종종 문제가 된다. 서면결의서를 철회한 후 해당 철회 의사를 다시 철회하는 식이다. 원칙적으로는 재철회서가 해당 안건 결의 전에 제출돼도 조합원이 서면결의서 제출을 철회한 이상 이미 무효로 봐야 한다. 범 변호사는 "해당 조합원이 다시 서면결의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철회 의사표시를 다시 바꾼다고 해서 무효 된 서면결의서 제출의 효력이 부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하급심 중에 총회 결의가 유효 성립하기 전까지 철회 의사표시를 다시 철회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적법하게 개최된 총회에서 이미 사용된 것이 아닌 한 서면결의서의 재사용은 허용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총회 일자가 밀린 경우 등에 이전의 서면결의서 효력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서면결의서를 징구한 후 상당 기간이 흘렀거나 조합 내부에 사정 변경이 생겼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면결의서의 작성·제출 등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유도되거나 강요를 받았을 때는 결의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가장 많은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서면결의서 징구 중의 금품 수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추진위원, 조합 임원의 선임 또는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선 안된다.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강행규정이므로 금품 제공 등에 기해 이뤄진 총회 결의의 효력은 부인돼야 한다. 다만 조합원 의결권 행사에 절차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항상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의 총회 결의에 관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조합원들의 총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3만~5만원의 수당을 지급한 것은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민원 처리비 명목으로 조합원에게 일괄적으로 3000여만원의 거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면 해당 총회 결의는 효력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일부 조합은 내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홍보(OS) 요원을 외부 고용,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곤 한다. 홍보요원을 통해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 변호사는 "조합 측이 고용한 홍보 요원의 유도나 강요에 따라 작성된 서면결의 효력은 부인되고 의사정족수 산정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일부 조합원의 우편 또는 투표 봉투를 홍보 요원들이 교부받아 대신 우체국에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우편투표가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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