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별세했다. 사진은 키신저 전 장관이 지난 2002년 4월24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을 나서며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로이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9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의 외교 컨설팅사인 키신저 어소시에이츠는 이날 성명을 통해 키신저 전 장관이 미국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알려진 바 없다.

키신저 전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냉전의 세계 질서를 바꾼 미국 외교의 거목으로 평가된다. 장례식은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추후 뉴욕에서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국제 정치학자이자 외교관으로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하는 등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았다. 이는 당시 국경분쟁으로 구 소련과 갈등을 빚던 중국에게 다가선 이른바 '삼각관계'를 이용한 외교전략이었다.

소련과는 1972년 전략무기제한조약(SALT I)과 탄도미사일방지조약을 이끌어냄으로써 냉전시대 데탕트(긴장완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23년 5월27일 독일 퓌르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1938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1943년 미국으로 귀화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1973년 국무장관에 취임한 키신저 전 장관은 중동평화조정 노력과 베트남 평화협정 체결의 공로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77년 국무장관에서 물러나고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자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100세 고령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결국 3차 세계대전을 부를 것이라며 미중 양국의 대화를 촉구하기도 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