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무제_1970년대_종이에 과슈_80×98cm. 이응노미술관 제공.

이응노, 산수, 1930년대 후반, 비단에 수묵채색, 30×36cm. 이응노미술관 제공.

(대전=뉴스1) 김일창 기자 = 화업 70여년 동안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며 동서양 미술 모두를 섭렵한 고(故) 이응노 화백의 대규모 개인전 '이응노, 동쪽에서 부는 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오는 2024년 3월3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응노 탄생 120주년 특별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대다수 작품은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1958년 유럽 이주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이응노의 한국적 뿌리와 유럽에서 받은 자극이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해 독자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지윤 학예연구사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이응노 화백의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응노는 "내 작품은 10년마다 변화했다"고 말했는데, 전시장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충돌과 융합'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는 1전시실에서는 이응노가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1959년 이후 그린 작품들 가운데 걸작만을 모아서 전시한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관람객들을 만나며 이응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작품 속에서 한국미술과 유럽미술은 어떻게 충돌하고 창조적으로 변화했는지를 추적하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주제의 2전시실에서는 1989년 이응노가 숨지기 직전에 그린 작품 '군상'에서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이응노가 막 유럽에 도착한 1959년 작품에 이르도록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이응노의 스케치 6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작품화되기 이전의 스케치들은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 주제인 3전시실에서는 이응노가 유럽으로 이주하기 이전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1930년대 이응노가 즐겨 그렸던 대나무와 난초 그림, 1936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간 후에 그린 실경산수화, 해방 이후 1950년대의 대표적인 인물화 등을 골고루 볼 수 있다. 이 시기 습득한 동아시아의 미술 전통은 이응노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데 끊임없는 자양분이 됐다.

마지막 4전시실에서는 이응노가 프랑스에서 운영한 동양미술학교와 관련한 작품 및 아카이브를 전시한다. 불어를 잘 못 해 의사소통이 어려웠음에도 서양인 제자들을 대하는 교육자로서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아라리오뮤지엄과 프랑스 퐁피두센터,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미술관, 개인 소장가 등에서 대여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응노, 군상, 1985, 종이에 수묵, 97.1×67.6cm, 체르누스키 미술관,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Musee Cernuschi, Asian Arts Museum of Paris) 소장. 이응노미술관 제공.

이응노, 파리 사람, 1976, 종이에 수묵, 66.2×34.2cm, 체르누스키 미술관,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Musee Cernuschi, Asian Arts Museum of Paris) 소장. 이응노미술관 제공.

이응노, 구성, 1964, 종이에 수묵, 90×56cm, 일본 개인소장. 이응노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