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3년도 경찰대학 제43기 신입생과 제1회 편입생, 제72기 경위공채 합동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교가를 제창하고 있다. 2023.3.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로스쿨 준비 안 할 거야?"

최근 각 대학이 2024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최종합격자 발표를 시작하면서 경찰대를 졸업한 경찰관들끼리 이런 대화를 흔히 나눈다.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합격자만 87명으로 경찰대 신입생 정원(50명)보다 많다고 하니 이런 고민이 이상하지도 않다.


로스쿨 1학년으로 재학 중인 경찰관들은 곧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대형로펌에서 인턴십에 들어간다. 6대 로펌은 통상 인턴 30~40명을 뽑아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정식 채용한다.

대형 로펌에서 경찰대 출신의 선호도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변호사가 경찰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찰 이해도가 높고 네트워크도 갖춘 경찰대 출신의 형사 전문 변호사는 '귀한 몸'이다. 한 대형 로펌은 전체 인턴 중 10~20%가 경찰대 출신이라고 한다.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행이 변호사의 처우가 좋아서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선 경찰대 출신 경찰관으로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찰대 출신은 경찰서장급인 총경 정도로 무난하게 승진할 것이란 기대는 경찰대 견제론이 부상하면서 이미 사라졌다. 외려 동등한 조건이라면 고위직 승진에서 경찰대 출신이 약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더군다나 경찰은 계급정년이 있어 경정이 된 후 14년 안에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50세 전후에 옷을 벗어야 한다. 경찰대 출신은 상대적으로 경정까지 빠르게 승진하다 보니 조기퇴직의 불안감이 더 크다.

엘리트 경찰이라는 자긍심과 소속감도 약해졌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에서 경찰대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며 신입생 정원은 120명에서 50명으로 줄었다. 졸업생이 경찰 기동대 소대장을 하면 군 경력이 인정되는 대체 병역제도 2019년부터 폐지됐다. 최근엔 아예 경찰대를 폐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가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 경찰대 출신 선배들만큼 대우받지도 못하고 심지어 경찰대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로스쿨로 향하는 경찰관들에게 "국민의 공복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마냥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경찰대생의 로스쿨행이 문제로 지적된 건 2015년이 처음으로 해마다 그 숫자는 늘어난다. 하지만 경찰대생의 로스쿨행을 막기 위해 경찰 내부에서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숨어서 로스쿨에 다니는 경찰관들이 사회적 비난 수위가 높아지다 보면 경찰서로 다시 돌아오리라 기다리는 건 아닐지 의심까지 들 지경이다. 단순히 이탈 방지책을 넘어 로스쿨을 졸업한 경찰관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경찰은 지난 5월 경찰대 폐지 쪽으로 기운 경발위를 연장하면서 일단 경찰대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비로 교육받은 경찰대생 절반 이상이 경찰이 아닌 로펌을 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경찰대 존치를 계속 주장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