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역대급 불수능' 못 들으셨어요? 이제 방 거의 없어요."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인근에서 A공인중개사 사무소를 10년째 운영해온 관계자에게 '재수생이 살 만한 곳이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1월 중순부터 방이 없는데 올해는 불수능이라 그런지 12월 초부터 문의가 많았다"며 "수능 만점자가 여기서 학원을 다녔다고 하니 전세값도 오르는 게 이 동네"라고 말했다.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수험생용 고시원인 '학사' 건물이 가득 메운 한티역과 선릉역 사이 학원가 뒷골목에는 재수생이 산다.
100만~200만원 상당의 비싼 월세에도 이곳에는 매년 이맘때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들이 모인다. 지방에서 상경했거나 서울에 살면서도 이동 시간을 줄이려는 수험생들은 대치동이나 그 인근에 살면서 '일타강사'(일등 스타강사)의 현장강의를 듣거나 유명 재수학원을 다닌다.
올해는 '불수능' 여파로 예비 재수생들이 서둘러 내년에 살 곳을 선점한 분위기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학생들이 많아 '면학 분위기'라는 게 형성돼 있어 비싸더라도 여기로 오려고 한다"며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사거리 인근. 학원가 뒷골목엔 재수생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학사 등이 있다.ⓒ 뉴스1 남해인 기자
월세는 거주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스1이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4곳에 문의한 결과 재수생들이 모여사는 오피스텔 3곳의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90만~230만원 수준이었다.
한 오피스텔을 안내해준 C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70세대 규모인 이곳은 1년 내내 남는 방이 없다"며 "평소 좁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큰 창이 있는 오피스텔 방에선 편안히 쉴 수 있으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200만원 월세보다 저렴한 곳은 다세대주택이다. 26.44㎡(8평) 상당의 다세대주택 원룸은 신축·구축 여부, 한티역부터 은마사거리까지 이어진 학원가와의 접근성에 따라 월세와 보증금이 다양했다.
한 신축 다세대주택 시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이었고, 대치동 학원가와 도보 15분 거리에 있어 재수생들 사이에서 '꽤 먼 곳'으로 간주되는 선릉역 인근 다세대주택들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100만원 넘는 월세가 부담인 재수생들은 반지하로 향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반지하 방 월세도 70만원에 이른다.
일반 고시원과 비슷한 형태지만 세 끼 식사와 빨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사'도 인기다. 생활 패턴을 관리해주는 '사감'이 있어 수능이 끝나자마자 대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방은 고시원과 다름없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다. 학사 중 가격대가 낮은 곳은 월 120만원, 방마다 창이 있거나 최근 리모델링을 해 비교적 나은 시설을 갖춘 곳은 월 170만원도 받는다.
올해 수능 준비를 위해 4개월간 자녀가 대치동의 한 학사에서 거주했던 김모씨(45·대전 거주)는 "'살다 보니 살아진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에 짠했다"며 "서울 상위권 학생들을 따라잡으려면 대치동에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고액을 감수하며 학사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액 거주비와 대치동 일대 학원 수강료를 합하면 한 달 재수 비용은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치동의 유명 입시학원 재수종합반 비용은 월 200만~300만원 상당이다. 재수종합반 수강료에 거주비, 식비 등 비용을 더하면 월 사교육비는 300만~500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재수생들이 대치동에 입주하는 기간인 1월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1월까지 비용을 추산하면 3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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