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증시는 설 연휴 이후 강세장을 이끌었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심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랠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본과 대만의 증시 활황에 한국 증시도 상승세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속에 전장보다 6.62포인트(0.25%) 내린 2,613.80에 마감됐다.
지수는 전장보다 23.39포인트(0.89%) 오른 2,643.81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세로 전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8억원, 484억원을 팔았고 개인은 28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장 막판까지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마감 직전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코스피는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저PBR 종목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크게 힘을 내지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기아(-3.49%), 현대차(-2.24%), 삼성전자(-1.35%) 삼성바이오로직스(-0.85%) 등이 약세를 보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주도 업종이 부재한 가운데 호실적 발표 기업, 수출입 통계 호조 기업 위주의 종목 장세가 펼쳐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34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을 세웠다. 전날 닛케이지수는 3만8157로 1990년 1월11일 이후 약 34년1개월 만에 3만8000선으로 올라섰다. 지수는 장 중 한때 3만8188까지 상승했다.
도쿄증시는 반도체주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장을 보였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기업 실적 기대감, 경기 침체 진입에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기대 등도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2% 넘게 오르며 알파벳을 제치고 미국 기업 시가총액 3위에 오르자 비디아에 AI칩을 공급하는 TSMC 주가가 10%가량 급등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3% 오른 1만8644.57로 거래를 마감해 2022년 1월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1만8526.35)를 2년여 만에 갈아치웠다. TSMC 주가가 이날 장중 9.8% 급등하며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TSMC 상승 폭은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다.
TSMC는 대표 AI 수혜주다. 엔비디아 훈풍을 타고 올 들어서만 주가가 18% 올랐다. 대만증권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일본식 저PBR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고 외국인 투자금 유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2433조원이 한국 증시 시가총액을 바짝 따라오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수혜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우방국에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 수혜가 일본이나 인도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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