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손보업계가 3년 연속으로 생보업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1조 클럽'에 재입성한 삼성·메리츠·DB… 생보는 달랑 한곳?
② KB라이프 88.7%·KB손보 35.1%… 신한·하나와 다른 노란별
③ 메리츠화재, 순익 2위로… 삼성과 격차 확 줄었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성적표를 속속 공개하는 가운데 손해보험·생명보험업계 기상도가 엇갈린다.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진 손보업계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DB손보 등 3개사가 '순이익 1조 클럽'에 재입성한 반면 생보업계는 최대 실적 달성에도 삼성생명 한곳만 순이익 1조원을 넘겼다. 영원한 맏형이라고 믿었던 생보사들이 좀처럼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조 클럽 3곳 배출한 손보업계

2020년부터 보험사들이 매년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손보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75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1%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세전 이익은 11.7% 성장한 2조444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삼성화재 당기순이익은 각각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1조3829억원)보다 3725억원, 2위인 한화생명(6163억원)보다 1조1391억원보다 높다. 삼성화재는 장기·자동차·일반 보험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이익을 끌어올렸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784억원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당기순이익은 각각 삼성생명보다 1955억원, 한화생명보다 9621억원 높다. 메리츠화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에는 장기보험 부문에서 신계약을 늘리면서도 기존 계약을 꾸준히 유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5년간 계약유지율은 49%로 손보업계 1위다.


DB손보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367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원 이상을 찍었다. 지난해 DB손보는 각각 삼성생명보다 1538억원, 한화생명보다 9204억원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대 손보사(삼성·현대·DB·KB·메리츠) 중에서 현대해상, KB손보를 제외한 3개사가 순이익 1조원 이상을 찍었다.
생보업계 실적은 손보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삼성생명이 당기순이익 1조3829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1조 클럽에 들어갔다. 삼성생명 건강보험 상품 라인업 강화와 종신보험 시장 확대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을 8% 늘렸다.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82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는 3월 중순 실적 공시 예정인 교보생명도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6035억원으로 연간 1조원 달성과 거리가 멀다. 이는 2021년까지 삼성생명·한화생명 2개사가 1조원대를 넘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손보업계 당기순이익이 생보업계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손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5조4746억원에서 손보 상위 3개사 비중은 57.1%(3조1265억원),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3조7055억원에서 생보 상위 3개사 비중은 78.3%(2조9006억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상위 3개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사실상 맏형 자리 내준 생보업계
2020년까지 생보사들은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손보사에 우위를 점해왔다. 생보사들은 해외투자수익과 고수익 보장성보험을 앞세워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손보사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손보사가 당기순이익 4조3257억원으로 생보사(3조9403억원)보다 3854억원 앞선 이후 2022년 손보사(5조4746억원)와 생보사(3조7055억원) 격차는 1조7691억원으로 벌어졌다. 생보사 실적 개선세는 증시 약세로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 판매가 줄고 저출산·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신계약도 부진하며 주춤하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반면 손보사들은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등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의무보험 상품들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데다 최근 장기보험과 생활밀착형 보험, 단기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의 신시장이 더해지며 성장성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시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손보의 주요 축인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고공행진으로 매년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고 일반 손해 역시 배상책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손보 산업의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