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전문 항공사 에어인천과 아시아나 화물 운송 사업부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기존 고객과의 계약 승계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에어인천 화물기의 모습. /사진=에어인천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지난달 16일 아시아나와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른 시일 내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매각 거래대금은 4700억원이며 에어인천은 아시아나의 화물기 11대와 미주·유럽 등 주요 화물 운송 노선과 슬롯, 약 800명의 전문인력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승인 허가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요구했다. 인수 이후 에어인천은 총 15대의 화물기를 보유하게 돼 대한항공(23대) 다음으로 화물기를 보유한 업계 2위 화물 항공사가 된다.
기존 계약과 고객 네트워크 승계 여부는 미지수다. EC 측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가 화주와 맺고 있는 기존 계약 또한 승계 대상에 포함되나 화주의 동의가 있어야 에어인천으로 이관 혹은 승계가 가능하다. 격납고와 지상조업 서비스도 제외됐기 때문에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뺀 '반쪽'짜리 매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항공화물 시장에서 '통합 대한항공'의 독점구조가 더욱 단단하게 굳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결합 시 항공화물 시장 점유율은 82.25%에 이른다. 항공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 화물수송 실적(283만2881톤) 중 56.65%는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아시아나는 27.6%, 제주항공 4.01%, 진에어 2.99%, 티웨이항공 2.98%가 뒤를 이었다. 에어인천은 3만9929톤(1.4%)을 운송하며 7위에 머물렀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에 아시아나와 운송계약을 맺고 있던 다수의 대형고객들은 '대한항공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LG전자, 삼성전자와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납기기간에 민감한 업체들의 경우 업체 변경이 리스크가 될 수 있어 기존 계약을 에어인천에 이관하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력과 거래 네트워크를 중요시 여기는 물류업계 특성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기존 아시아나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직접적인 패널티는 없더라도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포워딩 업체들은 업계 1위 대한항공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고객이 어떤 업체를 선호할지도 중요한데 안정성과 정확성이 보장된 대한항공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커머스 등 납기기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업체들의 경우 운송료가 저렴한 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은 있다. 동일 노선 내에서 에어인천의 운송료는 대한항공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인천의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한 현대글로비스 움직임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8월 에어인천 대주주 펀드인 '소시어스 제5호 PEF'에 1차로 500억원을 납입해 34.9%의 지분을 확보했다.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에 추가로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지만 향후 지분율을 올린 뒤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내의 운송 물량을 여러 포워딩 업체에 나눠주고 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의 움직임이 다른 포워딩 업체의 계약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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