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시는 2025년까지 한강공원 전역을 '제로플라스틱존'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제로플라스틱존 정책 일환으로 여의도한강공원 3곳, 뚝섬한강공원 2곳에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사진은 여의도한강공원 배달존1에 설치된 다회용기 반납함 /사진=이소연 기자
2023년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제로플라스틱존'(일회용 배달용기 반입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잠수교 일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반포·뚝섬한강공원, 올해 한강공원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시는 대규모 행사 시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고, 뚝섬한강공원에 반납함을 시범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속성 있는 정책은 없었다.
지난 7일 시는 여의도한강공원 3곳, 뚝섬한강공원 2곳에 '배달 다회용기 전용 반납함'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배달음식 앱 주문 시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하고 식사 후 QR코드로 반납 신청한 다음 전용 반납함에 넣으면 된다. 제로플라스틱존 정책의 일환으로 뚝섬에 설치했던 다회용기 반납함의 문제점을 보완해 재설치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공원 제로플라스틱 목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머니S는 최근 여의도·뚝섬·반포한강공원을 찾아 이를 확인해 봤다.
"다회용기 배달이요? 되는 줄 몰랐어요."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여의도한강공원은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사진은 시민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잔디밭 인근에 '한강은 제로플라스틱존, 배달 주문은 다회용기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이소연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은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피크닉을 즐겼다. 잔디밭 인근에 '한강은 제로플라스틱존, 배달 주문은 다회용기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현수막 뒤로 보이는 대다수 시민의 돗자리 위에는 일회용기가 놓여있었다.
여자 친구와 한강공원을 찾은 이도환씨(36)는 "배달앱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추가 요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알았다면 당연히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은 플라스틱, 캔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여의도한강공원 배달존3 다회용기 반납함 내부 /사진=이소연 기자
기자는 다회용기 반납함이 설치된 배달존 3곳을 둘러봤다. 배달존1 앞에서 만난 배달기사 A씨는 "한강에서 배달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일회용기를 받아 간다"고 설명다. 기자 역시 이날 다회용기 배달을 이용하는 시민을 만나지 못했다.
다회용기 반납함 안에 플라스틱, 캔 등 쓰레기가 버려져있는 모습도 있었다. 친구들과 한강공원에 놀러온 김서현씨(23)는 "배달음식을 기다릴 때 다회용기 반납함을 봤다"며 "사용법이나 안내문이 없어 처음 봤을 때는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는 여의도 봄꽃 축제 개막 여파로 푸드트럭 수십 대가 들어섰다. 사진은 여의도한강공원 배달존2 다회용기 반납함 근처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푸드트럭이 서 있는 모습 /사진=이소연 기자
이날 여의도한강공원에는 여의도 봄꽃 축제 개막 여파로 푸드트럭 수십 대가 들어섰다. 배달존2 다회용기 반납함 근처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푸드트럭이 있었다.
푸드트럭 업주 B씨는 "일회용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은 항상 있고 상인들도 노력 중이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사람이 몰리는 축제 기간에는 다회용기를 일일이 세척하면서 영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강공원에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 "여기 제로플라스틱존 맞나요?"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산책로 곳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떨어져 있었다. 사진은 뚝섬한강공원 쓰레기통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 /사진=이소연 기자
지난해 제로플라스틱존으로 지정된 뚝섬한강공원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원 곳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뒹굴고 강물에는 쓰레기가 떠다녔다.
산책을 나온 양모씨(60·서울 광진구)는 "뚝섬이 제로플라스틱존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강변을 따라 걷다가 쓰레기 사이에 물고기가 죽어있는 걸 본 적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남편 이모씨(60)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시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은 플라스틱, 캔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뚝섬한강공원 배달존1 다회용기 반납함 내부 /사진=이소연 기자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뚝섬한강공원은 퇴근 인파로 점점 붐비기 시작했다. 여의도한강공원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민들은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었다. '제로플라스틱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배달존에 설치된 다회용기 반납함을 열어보니 쓰레기가 가득했다. 반납함을 일반쓰레기통으로 혼동한 시민도 적지 않았다. 반납함 앞을 서성이던 손민영씨(26)와 여은지씨(25)는 반납함을 가리키며 "쓰레기통이 맞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초구 잠수교, 반포한강공원에서 제로플라스틱존임을 알만한 안내문을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은 플라스틱, 음식물 등이 뒤섞인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쓰레기통 내부 모습 /사진=이소연 기자
1호 제로플라스틱존 잠수교 일대도 둘러봤다. 제로플라스틱존임을 알만한 표식이나 안내문을 찾기 어려웠다. 정책의 시작점이라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후 8시가 되자 반포대교 달빛 무지개 분수 가동 시간에 맞춰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잠수교 옆 반포한강공원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시민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공원 쓰레기통에는 각종 일회용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대학생 채승희씨(20)는 "한강에는 잠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고 빨리 버리자는 마음으로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제로플라스틱을 홍보하는 현수막이라도 붙어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런 안내문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로플라스틱존' 조성의 거점으로 삼은 세 공원을 둘러본 결과 다회용기 반납함은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일부는 쓰레기통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조명환 서울시 자원순환과 생활폐기물감량팀장은 "다회용기 반납함 옆에 자세한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플래카드도 추가로 설치해 시민 인지도를 높이겠다"며 "현재는 배달존이 있는 한강공원에 먼저 반납함을 설치했고 미래한강본부와 협의를 통해 확대할 예정"고 밝혔다. 이어 "제로플라스틱존 정책이 작년부터 정체돼 있는 것은 맞다"며 "야외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시민 스스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캠페인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