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을 향해 가면서 현지 시장에서 철수했던 현대차그룹이 재진출 할지 주목도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2023년 매각했던 HMMR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철수했던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2023년 12월 HMMR(상트페테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에 팔고 발을 뺐는데 최근 종전 가능성이 확대되자 현대차그룹의 재진출 가능성도 커졌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철수한 약 2년동안 공백은 중국계 자동차 회사들이 메웠고 단돈 14만원에 넘긴 공장도 매도가에 사들이는 것이 불가능해져 현지 사업 정상화는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떠나자 중국이 야금야금 시장 장악
15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현대차그룹도 내부적으로 현지시장 재진출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0년엔 해외 여섯번째 생산 거점인 HMMR을 준공하고 이듬해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2022년 3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자 2023년 12월 HMMR을 현지 업체에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며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공장 가치는 수천억원이지만 매각금액이 1만루블에 그친 건 2년가량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빨리 리스크를 털겠다는 의도였다. 일본 닛산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각각 1유로(약 1400원)와 2루블(약 28원)에 러시아 법인을 현지 업체에 넘겼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HMMR를 매각하며 기존 판매된 차에 대한 사후관리(AS) 서비스 운영을 위해 현지 판매법인은 남겨뒀다. 지속해서 러시아 현지 상황 등을 주시하며 상황을 살피려는 의도도 깔렸다.


현대차그룹은 2019~2021년까지 연 평균 37만6000여대의 차를 팔았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된 2022년에는 판매량이 13만1313대로 급감했고 2023년에는 이마져도 반토막 난 6만1841대, 지난해엔 더 줄어든 3만2614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을 떠난 동안 중국계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계 업체들은 러시아에서 2019년 4만8819대, 2020년 6만5225대, 2021년 12만841대를 팔며 현대차그룹과의 격차가 상당했다. 현대차그룹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판매량이 급감했던 2022년에는 11만9157대를 팔아 13만1313대를 기록했던 현대차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쉽지 않은 재진출, 점검 과제는
중국계 업체들은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6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던 2023년 53만4830대를 팔아 순식간에 격차를 벌리더니 지난해는 판매량을 93만6684대로 늘렸다.
종전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거 러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도약의 한축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큰 상황에서 전쟁 여파에 현지시장에서 철수한 데다 재진출을 엿보는 상황에서 2년 만에 급성장한 중국계 업체들은 넘어야할 장벽이 돼버렸다.

헐값에 넘겼던 HMMR을 되찾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HMMR을 매각하며 2년 이내에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옵션으로 넣었다.

이 옵션을 실행하려면 올 12월 안에 공장 재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서 러시아 시장을 떠난 기업과 헐값에 자산을 매각한 기업들은 똑같이 싼 가격에 재매입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 실장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진전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호국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망과 시장 구도를 고려할 때 재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어 "러시아 시장은 전쟁 이전까지 한국 완성차업계의 주요 수출 시장인 동시에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있다"면서도 "만약 재진출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시아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현지화 요구 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