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오전 대구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2025.5.1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6·3 조기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12일) 대구 유세 직후 김 후보는 "진심으로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 탄핵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해온 강경 노선에서 일부 선회한 것이지만, 탄핵과 윤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반쪽 사과"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대선을 21일 앞둔 13일, 김문수 후보에게는 중도층을 확장하는 과제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고령·강성 보수 이미지에 극우 전광훈 목사와의 인연은 중도 외연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5년 전 자유통일당 공동창당 등 전 목사와의 깊은 관계는 중도층 설득을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이 같은 한계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동훈 전 대표 등 확장성을 갖춘 인사들마저 선대위 합류를 고사하거나 유보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화학적 결합'은 과제로 남아있다. 한 전 대표와는 물밑 조율 중이지만, 윤 전 대통령 출당 조치 등 없이는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 확장 시급하지만… 극우 이미지 발목

극우 아스팔트 세력과의 단절 요구에도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 토론회에서 "광장 세력과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나라가 위험할 땐 의병을 일으키듯이 광장에 나와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분과 소통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자유통일당이 김 후보를 매개로 부정선거 이슈를 다시 꺼낼 경우, 대선 판세는 한층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문제를 두고는 당 지도부와 후보 간 메시지의 혼선도 감지된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12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13일 SBS 라디오에서는 "국민의 상식을 되찾겠다"며 "대통령께서는 본인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출당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면 김 후보는 같은 날 출당에 대해 "현재로선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통령께서 탈당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선대위 내에서도 출당 문제는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적 없고, 김 내정자와 안철수 의원 정도가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와 선대위원장들과 조율하고 있다"며 "당내 컨센서스를 도출해 내서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계엄 사과는 민심에 부합하는 발언이긴 하지만 너무 늦었다"며 "내부 논리에 갇히지 말고 국민의 시각에서 과감히 스탠스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다선 의원도 통화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말한 수준까지는 후보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며 "선거를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끌고 가려는 민주당에 맞서려면 윤 전 대통령과의 과감한 결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도층서 이재명과 격차 30%p…확장성 과제

뒤늦은 출발과 당내 혼선 속에 보수 텃밭에서 균열 조짐도 감지된다. 김문수 후보의 전날 대구 유세 현장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유세차에 오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나가라", "꺼져라", "너보단 이재명이 낫다"고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강제 후보 교체 사태 이후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지율 격차도 여전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2.1%, 김문수 후보는 31.1%를 기록해 21%포인트(p) 차이를 나타냈고, 전국지표조사(NBS·8일 발표)에서도 이 후보가 43%, 김 후보가 29%로 14%p 뒤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중도층의 김 후보 지지율은 24.3%에 불과했고, 이재명 후보는 54.9%를 기록했다. NBS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18%에 그친 반면 이 후보는 절반에 달하는 50%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김 후보의 확장성 부족이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보수층이 결집하고 일주일 안에 반등 분위기를 만들어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열세 국면은 제3지대의 독자 노선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개혁신당은 김 후보를 '단일화 불가' 대상으로 규정하며 확실한 거리두기에 나섰다. 보수 단일화의 마지막 변수로 거론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보수 진영에서 묻지마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