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티엔장 앞바다에 위치한 해상풍력 발전단지 '탄푸동'(TPD).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 13일 찾은 베트남 티엔장 앞바다에는 빌딩처럼 솟은 거대한 풍력 터빈들이 바람을 가르며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자연 속 36기의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동력 삼아 전기를 생산해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 내 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티엔장 지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탄푸동'(TPD)을 운영하고 있다.
광활한 바다 위 풍력단지…비용↓ 생산성↑
TPD 내에 위치한 50MW 규모의 사이트. 사진 속 터빈에 직접 올라 TPD 전경을 바라봤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E&S의 150MW 규모 TPD는 연평균 6~8m/s의 풍속과 적절한 수심, 평탄한 해저 지형 등을 기반으로 가동되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4500억원으로 2021년 10월에는 50MW의 1단계 사업, 2023년 5월에는 100MW의 2단계 사업을 완료하면서 종합준공됐다. 베트남 기업 TTC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GEC가 첫 개발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 E&S는 2022년 파트너사로 참여해 지분 45%를 확보했다.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지난해 연간 발전량은 총 443GWh로 베트남 현지 기준 약 2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생산된 전력은 연간 약 500억원의 매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남단 메콩델타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약 30분 배를 타고 나가자 바다 한복판에 50MW 규모의 풍력단지(1단계 사업)가 펼쳐졌다.

권 소장은 "원해의 강한 바람 세기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며 "베트남은 육지와 멀지 않은 얕은 수심의 바다에서도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적은 투자비로 상당한 발전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PD의 연간 풍력발전기 이용률은 33.6%, 비교적 먼바다에 설치된 한국의 '오프 쇼어'(Offshore)와 비슷하다.

100MW 사이트(2단계 사업)에 자리한 거대한 터빈들이 500m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돼 있었고, 고개를 들면 터빈의 블레이드가 돌고 있었다. 터빈은 높이 105m 기둥과 지름 150m 날개로 구성됐으며 블레이드 하나당 길이도 75m이다.


권 소장은 "각 터빈이 매일 생산하는 평균 전력량은 약 35MWh"라며 "생산된 전기는 바닷속 해저케이블을 통해 육지의 변전소로 옮겨진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교두보 베트남
100MW 규모 사이트에 위치한 대형 터빈들이 가동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E&S는 TPD 운영 사업을 필두로 베트남에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2020년에는 남부 닌 투언 지역 내 131MW 규모의 태양광 설비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떠이닌 지역에 온실가스 감축 시범사업인 '7MW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를 통해 약 1GW 규모의 운영·개발 파이프라인이 구축됐고 연간 약 39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시켰다.

권 소장은 "베트남은 많은 일조량과 고른 바람 덕에 태양광 및 풍력발전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며 "동남아 중심국이어서 인근 주변국으로의 사업 확장도 용이하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에 진출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RE100 달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재생에너지 젼력 수요가 더 커진 상황"이라며 "베트남 정부도 지난해 7월부터 재생에너지 DPPA(직접 전력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D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 등의 전력 사용자가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맺는 구조다. 기존에는 EVN 등 국가전력공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야 했는데 DPPA로 발전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탄소배출권 확보도 주목받으면서 SK이노베이션 E&S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글로벌 탄소시장이 열리면 탄소배출권은 수익 창출의 수단이자, 기업의 탄소중립 실행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E&S도 TPD 투자 당시 확보한 예상 탄소배출권량은 연간 약 26만톤 규모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동남아 및 동유럽, 북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국내 민간 1위 재생에너지 사업자로서 축적해온 경험과 실행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도 적극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