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청년 이영호씨(26·가명)가 주거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씨. / 사진=김동욱 기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한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지방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로 상경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1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경제적 여건상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빌라나 오피스텔이 전세 사기에 취약하다는 점이에요. 다음 대통령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써줬으면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소재 카페에서 만난 이영호씨(26·가명)는 다음 대통령으로 어떤 인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사회 구조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을 지키는 건 정부의 응당한 책임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씨는 1인 가구가 주거 관련 지원책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강제' 상경… "지방엔 기회가 없어요"
전북 전주 출신인 이씨는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생활한 지 햇수로 8년째다. 대학교 진학을 위해 2018년 상경한 뒤 취업에 성공한 현재까지 1인 가구로 지내고 있다. 꽤 오랜 기간 혼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립고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은 적응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가 서울로 올라와 1인 가구가 된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방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사회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대학생 시절만 두고 봐도 지방의 경우 사회적 인맥 풀(Pool)이 좁고 대외활동 기회도 많지 않다고 한다. 근무환경이 좋은 대기업 등 주요 기업의 본사 역시 서울에 주로 위치한다.

이씨는 "전북 소재 국립대학교에도 합격했으나 제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 소재 대학을 선택했다"며 "지방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등 지방에 머무를 이유가 있다면 지방에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올라와 지낸다"며 "성공의 기회가 서울에 몰려있는데 지방에 머무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1인 가구' 정책… "홍보가 더 중요"
사진은 이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 /사진=이씨 제공
제21대 대통령은 1인 가구 지원 제도 적극 홍보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월세 지원,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등 정부와 지자체의 1인 가구 정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사회초년생 등 시민이 접할 기회는 적다는 게 이씨 시각이다. 단순 보도자료 배포와 SNS 활용을 넘어 전입신고 시 1인 가구 지원 제도를 안내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직접 발품을 팔아 찾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맞는 1인 가구 지원책을 알기 쉽지 않다"며 "지원책이 많아도 시민이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소용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 가구 지원 제도를 살펴보고 자신이 지원 대상이 되는지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으면 한다"며 "지자체별로 따로 홍보하고 있는 1인 가구 지원 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통합해 한 번에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씨는 중장년층 1인 가구도 살뜰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년은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중장년층의 경우 그렇지 않아서다. 1인 가구 지원책이 청년에 쏠리고 있는 점도 중장년층의 소외를 유발할 수 있다. 이씨는 "1인 가구만 두고 봤을 때 오히려 청년보다는 중장년층이 취약계층에 가깝다"며 "청년 1인 가구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장년층을 더 배려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적극 구제 필요… 처벌보다는 예방"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도 이씨가 제21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1인 가구의 거주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 선정 가결률은 2023년 7월 94.1%에서 지난해 12월 49.7%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4월 7062건을 심의해 47.9%(3383건)만 가결됐다.

이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세 사기에 대한 피해자 구제가 아직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1인 가구가 안심하고 월세에서 전세로 넘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기를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대규모 전세 사기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