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의장. /사진=머니투데이
지난해 주식 시장이 주춤하면서 코인 투자자금이 급증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기존 금융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민간 자율기구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역할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적기구가 아닌 닥사가 그동안 코인 상장(거래지원)과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하면서 투명성 부족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최근 위믹스 두 번째 상장 폐지 사태로 인해 이러한 논란이 점화됐다.

22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거래 가능 이용자는 970만명을 기록해 상반기와 견줘 25%(192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 규모는 22%(1조3000억원) 는 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그해 6월 말(56조5000억원)과 대비해 91% 상승했다. 가상자산 원화 예치금은 10조7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5조7000억원이다. 단순 이용자 수와 시장 규모만 보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시장이다.


투자 환경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으나 아직 초기 수준에 불과하고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 등에 관한 포괄적인 기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 자금세탁의무 중 특정 부분만 규제하고 있다. 2단계 입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상장 및 심사 기능은 닥사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 기구에 맡겨진 권한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닥사는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주요 거래소로 구성된 협의체로 사실상 가상자산의 국내 거래소 상장과 퇴출 여부를 결정짓는다.

닥사는 위메이드 가상자산 '위믹스'의 2번째 상장 폐지에 대해서 개별 거래소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기구 설립 취지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다. 닥사는 최근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과 관련해 "복수의 회원사에서 거래지원 중인 종목인 경우 관련 내용을 발행재단과 회원사들이 동시에 소통하고 자료를 송수신하고 판단결과도 동시에 공지할 뿐 소통과 판단 주체는 각 거래소"라고 했지만 그동안 행보를 보면 자율규제 권한을 위임받아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기구로서 운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스스로 권위 무너뜨리는 닥사, 잡음과 논란 여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로고. /사진=닥사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공동 대응에 나섰는데 이 같은 입장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은 "닥사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율기구로서 정당성을 얻으려면 좀 더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란이 없도록 신뢰회복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정부기관으로부터 공인받는 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해외의 유력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명확한 상장 폐지 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경우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데 커뮤니티 투표 결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테라·루나 등을 공동 대응해 상장 폐지할 때는 논란이 없었지만 위믹스의 경우 해외 가상자산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닥사는 앞서 로닌·알렉스·갈라 등 해외 코인에서도 수백억원 규모의 해킹 사태가 일어났을 때 위믹스처럼 바이백(시장 매입) 등 사후 조치 후 상장 폐지가 되지 않았다. 위믹스는 피해 규모의 3배를 바이백했음에도 소명이 되지 못했다.

닥사처럼 거래소 간 협의체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블록체인 협회', 일본 '일본가상통화교환업협회', 중국 '피스코', 영국 '크립토유케이' 등도 유사해보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말고도 기술사, 금융사 등이 참여한다. 이들 기관은 상장 폐지 권한이 없고 시장 규제와 정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현지 금융당국이 상장 기준을 도맡아 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을 감시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해 개편 필요성이 거론된다. 실효성 있는 규제 집행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단순 민간 협의체 이상의 조직 체계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디지털자산의 상장 신청과 상장 폐지를 심사하는 '상장심사위원회', 불공정거래 행위 및 이해상충 방지를 담당하는 '시장감시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