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류덕환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 김석윤 PD를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극본 이남규 김수진/연출 김석윤) 출연 배우 류덕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류덕환은 드라마와 작품, 결혼 생활과 전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류덕환은 "오늘 배우들을 보기로 해서 아직 작품이 끝난 느낌은 아니다"라면서도 "결혼 후 조용히 지냈었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 장모님도 평소에 '반찬 가져다줄까' 정도 말씀하시는데 이번에는 드라마 얘기를 하셔서 '잘 보고 계시는구나' 싶어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아내 역시 작품을 재밌게 봤다고. 류덕환은 "아내가 현재 하는 모든 드라마를 다 볼 정도로 드라마를 좋아해 대중의 눈으로 바라봐줬다"라며 "아내가 대문자 T라 프러포즈할 때도 안 울었는데, 어제 엄청 울면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작품의 결말에는 만족할까. 류덕환은 "개인적으로는 만족했다, 보면서 '나 저 때 행복했지'가 드라마에 잘 묻어나 감사했다"라며 촬영하면서도 김석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커서 그 누구도 (작품에 대한) 의심을 안 했다, 촬영 자체를 즐긴 현장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라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을 몰랐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연기한 은호 역시 환생 후 따뜻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눈이 부시게', '나의 해방일지' 등을 연출한 김석윤 PD의 작품이다. 김혜자, 한지민, 이정은 등 과거 김 PD와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은 '천국보다 아름다운'에도 출연한다. 반면 류덕환은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 처음으로 김 PD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석윤 사단' 합류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처음에는 폐 끼칠까 봐 많이 쫄았다, 부담이 컸다"라고 당시를 회상한 류덕환은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이 '한 번 봅시다'라고 연락을 주셨다, '이거 오디션 같은 거구나' 하고 갔는데 감독님 첫 마디가 '너무 반가워요, 할 거예요 말 거에요'라고 하셔서 '이거 제가 선택하는 건가요'라고 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감독님께서 '같이 합시다' 하셔서 수소문을 해보니 다들 감독님 스타일에 대해 '친해지면 편하게 간다'고 하더라, 뻔한 답이지 않나"라며 웃은 뒤 "그런데 함께해보니 왜 다들 감독님을 믿고 가는지 느껴졌다, 인간적으로도 배울 게 너무 많은 선배님이다, 감독님을 만난 게 영광이고 감사하다, 너무 존경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들과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류덕환은 "한지민, 이정은과는 자주 만났으면 좋았겠다 싶더라, 아쉬워서 감독님께 환생 편도 나오냐고 물어볼 정도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지민 소멸 전 대면 연기할 때는 고마웠다, 서로 고마워했다"라며 "그런 신은 자신을 위해 연기하는 순간 자기 연기만 하게 되는데 한지민과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주는 연기를 했다, 조금 더 같이 연기를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실제로도 서로 칭찬만 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정은과는 한 신 정도 만났다,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했는데 둘이 눈빛을 주고 받으니까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석구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류덕환은 "손석구는 연기를 쉬고 있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내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친한 후배 강한나와 함께 카페에 왔더라"라며 "당시 손석구가 '범죄도시2'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편집본을 자꾸 보여주면서 '멋있지 않냐'라고 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해 웃음을 줬다. 이어 "이후에 손석구의 연기를 보고 '없을 것 같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멋있다, 이런 배우가 나타났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겁고 진중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가볍고 깃털이라 실망했다, 자꾸 칭찬 댓글을 보낸다, 그런데 나도 물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번에 손석구의 연기를 보면서 탐났다, 자신이 가진 걸 편하게 십분 발휘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김혜자와 호흡에 대해서는 "내가 잘하는 척, 당당한 척하려고 노력해도 선생님 앞에서 기가 죽어 '어쩌지' 싶더라, 그런데 워낙 현장 분위기가 편해서 2~3부까지 긴장하고 금방 익숙해졌다, 다 노는데 나도 놀면서 하자 싶더라, 진짜 마실 나가듯이 현장에 가서 연기했다, 이렇게 편한 현장이 없었다"라며 "선생님은 조언은 절대 안 하시고 오히려 장난을 많이 치신다, 어려움을 느끼려야 느낄 수가 없는 환경이다, 워낙 잘 이끌어가 주시니 끌려가기만 하면 됐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면서 '김혜자여야 하는 이유'는 느꼈다고. 류덕환은 "엄마가 나 사실 애가 없어요'라고 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했다, 장난스럽게 느껴질까 봐, 그런데 김혜자 선생님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그냥 훅 빨려 들어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라며 "어떤 배우들 대본을 보고 연기를 준비하는데, 내가 준비한 걸 상대 배우 때문에 못했을 때, 리액션이 바뀔 때 놀라움을 느낀다, 김혜자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류덕환은 "내가 연기를 33년 정도 했는데 연기는 항상 어렵고 두렵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도 부담을 안 갖고 현장에 갈 수 있는 배우였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편하게 가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라고 말했다.
류덕환은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와이프랑 연애를 오래 했다, 내가 군대에 다녀오는 것도 기다려준 친구"라며 "이 친구가 부족한 나를 선택해 결혼해 줬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술을 끊고 아내에게 시간을 쏟자 싶더라, 결혼 생활에 집중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후 모든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아내가 퇴근하면 같이 저녁을 먹는 게 루틴이 됐다"라고 했다. 결혼 이후 느끼는 안정감도 크다는 류덕환이다. 그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새벽 1시에도 선배님이 술 마시자고 전화가 오면 나도 선배님께 좋은 얘기 하나라도 더 듣고 싶으니 나가고 그랬다"라며 "그런데 나도 이제 마흔 가까이 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다 보니 나만의 루틴을 정하고 살아갈 때 편해지더라, 결혼하면서 내 루틴에 대한 양해를 구할 수 있고 술도 줄이면서 '내일은 뭐 할까'라는 게 생겨서 그런 부분이 내게 안정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특히 류덕환은 아내와 함께하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카페를 하며 소상공인의 삶을 살았다고. 그는 "카페를 차리고 6개월 뒤에 팬데믹이 시작됐다, 그때 한남동 주민센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정부 지침이 뭔지 물어보고 주변 가게 사장님들과 공유하면서 '류반장'으로 살았다, 빨대 하나 가격에 전전긍긍하니 사람이 쪼잔해지더라, 매출이 떨어질 때는 또 투자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들 앞에서는 나이스한 척하지만 꿀 빨려는 친구들은 알아서 나가주길 바라기도 했다"라며 "카페를 하면서 삶에 대해 배웠다, 아예 새로운 일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알았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카페를 그만두게 됐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류덕환은 카페를 그만둔 뒤에도 복귀를 늦췄다. '대체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라는 전시를 진행했기 때문. 류덕환은 "쉬는 기간에 전시를 보러 다니고 카페에서 다양한 분들과 만나며 예술가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다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인데 배우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이라 나는 내 얘기를 한 적이 없더라, 내 이야기를 표현할 수는 없을까 하다가 같은 생각을 가진 배우들과 인터뷰 형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라며 "'내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고,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또한 "고민도 많았지만 앞으로도 불러주시면 연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아직 배우로서 하고 싶은 게 많다, 최근에 신구 선생님의 연극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마음대로 배우를 지울 생각을 했을까' 싶더라, 반성했다, 앞으로도 배우로 잘해 나가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신의 퀴즈' 새 시즌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초천재 역을 맡아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박수칠 때 잘 떠났다 싶다"라고 했다.
한편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25일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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