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 극장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기 앞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파리, 서울=뉴스1) 이준성 정수영 기자
"'코망되르'는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받기가 굉장히 힘든 상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63)가 프랑스 최고 등급 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된 소감 및 향후 계획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조수미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열린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식에서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았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상으로,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 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은 한국인은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및 2011년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조수미가 세 번째다.

조수미는 코망되르를 받기 직전,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이 훈장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조수미와의 일문일답.


-프랑스 최고 등급 문화훈장을 받은 소감은.

▶어젯밤 잠을 거의 못 잤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서. 사실 프랑스에서 공연은 물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프랑스에서 훈장 정도는 받겠구나'라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너무나 중요한 상을 주셔서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조수미라는 이름을 건 국제 콩쿠르를 열었다. 프랑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프랑스는 문화 중심적인 나라다. 저는 오페라를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지만, 프랑스 음악을 굉장히 사랑했다. 제 솔로 앨범은 프랑스의 알려지지 않은 곡들 13곡을 모아서 내놓은 '카니발'(Carnaval) 앨범이다. 또 프랑스인들은 외국에서 온 예술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정명훈은 '우리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음악만 듣는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프랑스에서도 그렇게 느끼는지.

▶제가 1986년 유럽에서 처음 데뷔하고 나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무대에 섰다. 특히 프랑스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동양인이 많이 없었고 오페라를 하는 사람은 제가 거의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제게 정말 많은 기회를 줬다. 어느 곳에서 왔든 또 어느 종교를 갖고 또 어떤 언어를 쓰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재능이 있고 또 그 재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는 분명히 기회를 주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 극장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기 앞서 인터뷰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나는 일 욕심 많은 사람…환경 보호 등에도 관심"

-프랑스에서 특별한 활동 계획이 있다면.

▶내년은 제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고,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국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또 내년은 제2회 조수미 국제 콩쿠르가 열리는 해라서 2026년은 제게 상징적인 해가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위 선양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또 제 콘서트도 있을 것 같고, 조수미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성악가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도 만들 거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는데, 예술가로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저는 욕심이 많다. 일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없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일을 통해 꿈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늘 행복하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 사회적인 일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환경 보호, 동물 복지, 또 여성의 나은 삶을 위한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많은 한국 분이 함께 기뻐하고 있는데.

▶40년이라는 세월이 참 긴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제 음악을 듣던 아이가 이제는 어른이 됐고 또 그분의 아들딸들이 제 콘서트를 찾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격스럽다. 20년 전에 발표한 '나가거든'이라는 노래를 많은 분들이 여전히 사랑해 주시고, '챔피언'이라는 곡을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도 경기장에서 부르는 걸 보면 '내가 그래도 제대로 살았구나, 국민들께 음악으로 선물을 드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중요한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저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고, 제가 가는 길을 축복해 주셨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음악에 제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영원히 사랑할 거다. 그래서 여러분들로부터 '성악가 조수미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Opéra Comique)에서 한국계 플뢰르 펠르렝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에게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수여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