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서울=뉴스1) 이준성 정수영 기자
"'코망되르'는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받기가 굉장히 힘든 상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63)가 프랑스 최고 등급 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된 소감 및 향후 계획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조수미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열린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식에서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았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상으로,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 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은 한국인은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및 2011년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조수미가 세 번째다.
조수미는 코망되르를 받기 직전,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이 훈장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조수미와의 일문일답.
-프랑스 최고 등급 문화훈장을 받은 소감은.
▶어젯밤 잠을 거의 못 잤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서. 사실 프랑스에서 공연은 물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프랑스에서 훈장 정도는 받겠구나'라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너무나 중요한 상을 주셔서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조수미라는 이름을 건 국제 콩쿠르를 열었다. 프랑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프랑스는 문화 중심적인 나라다. 저는 오페라를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지만, 프랑스 음악을 굉장히 사랑했다. 제 솔로 앨범은 프랑스의 알려지지 않은 곡들 13곡을 모아서 내놓은 '카니발'(Carnaval) 앨범이다. 또 프랑스인들은 외국에서 온 예술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정명훈은 '우리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음악만 듣는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프랑스에서도 그렇게 느끼는지.
▶제가 1986년 유럽에서 처음 데뷔하고 나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무대에 섰다. 특히 프랑스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동양인이 많이 없었고 오페라를 하는 사람은 제가 거의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제게 정말 많은 기회를 줬다. 어느 곳에서 왔든 또 어느 종교를 갖고 또 어떤 언어를 쓰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재능이 있고 또 그 재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는 분명히 기회를 주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 욕심 많은 사람…환경 보호 등에도 관심"
-프랑스에서 특별한 활동 계획이 있다면.
▶내년은 제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고,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국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또 내년은 제2회 조수미 국제 콩쿠르가 열리는 해라서 2026년은 제게 상징적인 해가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위 선양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또 제 콘서트도 있을 것 같고, 조수미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성악가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도 만들 거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는데, 예술가로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저는 욕심이 많다. 일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없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일을 통해 꿈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늘 행복하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 사회적인 일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환경 보호, 동물 복지, 또 여성의 나은 삶을 위한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많은 한국 분이 함께 기뻐하고 있는데.
▶40년이라는 세월이 참 긴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제 음악을 듣던 아이가 이제는 어른이 됐고 또 그분의 아들딸들이 제 콘서트를 찾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격스럽다. 20년 전에 발표한 '나가거든'이라는 노래를 많은 분들이 여전히 사랑해 주시고, '챔피언'이라는 곡을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도 경기장에서 부르는 걸 보면 '내가 그래도 제대로 살았구나, 국민들께 음악으로 선물을 드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중요한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저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고, 제가 가는 길을 축복해 주셨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음악에 제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영원히 사랑할 거다. 그래서 여러분들로부터 '성악가 조수미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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