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2025 세계탁구선수권에서 한국 대표팀이 얻은 수확은 단지 동메달 2개만은 아니다. 그 보다는 천적 중국을 상대하면서 되찾은 자신감이 더 큰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마무리된 2025 도하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이 혼합복식 동메달, 신유빈-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가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전지희와 이상수 등 주축이 물러난 후, 세대교체 와중에 획득한 동메달 2개여서 의미가 큰 성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여전히 중국을 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박가현(대한항공)이 여자단식 32강, 장우진(세아)-조대성(삼성생명)이 남자복식 16강, 신유빈이 여자단식 16강, 임종훈-신유빈이 혼합복식 4강에서 중국을 만나 각각 패했다. 네 번 만나 전패다.
탁구는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중국의 강세가 유독 센 종목이다. '세계 최강'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 단식, 여자 단식, 혼합 복식,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5개 세부 종목 중 4종목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오죽하면 중국을 결승에서 만나면 은메달, 4강에서 만나면 동메달, 일찍 만나면 조기 탈락으로 중국과 만나게 되는 위치가 그대로 순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과적으로 모두 패했으니, '졌잘싸'로 위안한다고 하더라도 유쾌한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기록지에서 볼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한중전을 치른 2007년생 막내 박가현은 스쉰야오를 상대로 지키는 탁구가 아닌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맞불을 놨다. 박가현은 패배 후 "중국과 꼭 붙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다"면서 "비록 오늘은 뒤집혔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 붙어보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만난 '세계 최강' 쑨잉사를 상대로 두 게임을 따냈고 6게임을 듀스까지 끌고 가며 마지막까지 추격했다.
게임 스코어 4-2 패배였지만 쑨잉사가 우승을 하기까지 치른 7경기에서 중국 간 대결을 제외하면 두 게임 이상을 따낸 선수는 신유빈이 유일하다.
대표팀 관계자는 "물론 작은 차이가 큰 실력이겠지만, 신유빈은 정말 작은 차이로 졌다. 흐름과 내용상으로는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기자들 역시 "신유빈과의 경기가 제일 마음 졸였다. 한국 탁구가 다시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혼합복식에서 중국에 막혀 결승 진출을 놓친 임종훈 역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다음에는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가 아닌 애국가가 나오도록 하겠다.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꼭 그렇게 할 것"이라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한국 탁구 레전드 현정화도 중국과의 격차가 좁아진 점을 주목했다. 그는 "우리 때도 중국에는 4대6으로 밀렸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해야 겨우 5대5 정도였다. 요즘은 1대9정도 까지도 벌어졌었는데, 이제는 다시 점점 좁혀지고 있다. 특히 신유빈은 중국 선수들과 비빌 정도까지도 왔다"고 분석했다.
격차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전과 달라졌다. 신유빈도, 임종훈도, 박가현도 중국전을 마친 뒤 실력 차이에서 오는 좌절이 아니라 이길 수도 있는 경기를 잡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중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우리 선수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봤다. 따라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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