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학사가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회학 교수 올랜도 패터슨의 대표작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이 출간 47년 만에 번역출간했다.
패터슨은 이 책에서 '사회적 죽음'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사회적 죽음'은 살아 있지만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거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잃어버린 상태를 뜻한다.
저자는 노예와 노예가 아닌 사람의 진정한 차이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리스·로마, 중세 유럽, 중국, 이슬람 왕국들, 아프리카, 카리브해 섬들, 미국 남부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66개 사회의 역사에서 노예제의 내부 역학을 살핀다.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노예 상태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패터슨은 노예 상태를 자유와 대립시키는 통념을 비판하면서 '사회적 죽음'을 제시했다.
사회적 죽음이야말로 노예를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노예는 오래된 통념인 자유를 못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징적인 죽음을 겪은 사람, 사회 안에서 그의 자리가 사라졌거나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이다.
노예가 주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도 사회가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자유'라는 개념의 근대적인 한계를 드러내면서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인간 해방을 생각하게 했다.
△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올랜도 패터슨 씀/ 김혁, 류상윤 함께 옮김/ 이학사/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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