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간 관계가 극단적으로 냉각되고 있다. 머스크는 갈등 봉합 의지를 비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균열이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의 갈등과 관련해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가 테슬라에서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보조금이 너무 많다"며 과도한 혜택 지급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는 머스크를 향한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한 동시에 정부 차원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소유의 스페이스X와 관련해 "예산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 머스크가 직접 운영 중인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수송하는 핵심 파트너다. 실제 계약이 철회될 경우 미국 우주정책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처음엔 강하게 반발했지만 최근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서 "드래건 철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 주가가 하루 새 14% 넘게 급락한 것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트럼프와 머스크는 조국을 위해 화해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머스크는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답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머스크는 "미국에는 중간층 80%를 대표할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도발에 나섰다. 그는 "이제는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 필요하다"며 창당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X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이를 지지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이지 않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머스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 4월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내려놓고 지난달 특별공무원직에서도 물러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머스크는 과거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를 후원하며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지만 '브로맨스'로 불리던 관계는 현재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내 인사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거나 정치적으로 움직일 경우 공화당은 내부 결속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의 정부 계약을 흔들며 반격의 실마리를 쥐고 있어 양측의 긴장은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일단 관망세다. 과거 자당 지지자였던 머스크를 다시 끌어들이고 싶어 하진 않지만 '적의 적은 친구'라는 정치 논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임기는 3년 반이지만 나는 앞으로 40년 이상 남아 있다"고 쏘아붙이며 갈등의 끝이 쉽게 오지 않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