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스폰(미국)이 16일(한국시간) 열린 US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J.J. 스폰(35·미국)은 '천운'이 따른 챔피언이었다. 악천후로 잠시 경기가 멈춘 것이 스폰에게 우승을 안긴 '터닝 포인트'였다.


스폰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25회 US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6개를 묶어 2오버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스폰은 2위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1오버파 281타)를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430만 달러(약 58억 7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 트로피로 장식했다.

스폰은 이날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3라운드까지 한 타 차 2위로 역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던 그는, 초반 6개 홀에서 5개의 보기를 범했다. 사실상 선두 싸움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스폰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꼬여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스폰이 전반 9개 홀까지 마친 순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됐고, 1시간 36분 뒤에야 경기를 재개했다.

제125회 US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J.J. 스폰(미국). ⓒ AFP=뉴스1


그리고 스폰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를 포함 3타를 줄이며 역전극을 펼쳤다. 샘 번스(미국)를 비롯해 경기 재개 후 오히려 성적이 급락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스폰은 정반대였다.

스폰은 "그 휴식이 이번 대회 우승의 열쇠가 됐다"면서 "날씨가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웃었다.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스폰은 US 오픈에서 최종 라운드 첫 3개 홀을 모두 보기로 시작하고도 우승한 최초의 선수다.

그러나 스폰은 단순히 '운'만으로 우승을 일군 것이 아니었다.

스폰은 17번홀까지 2위 매킨타이어에 한 타 차로 앞섰다. 매킨타이어가 이미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스폰은 마지막 홀에서 파만 기록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스폰은 18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컵까지의 거리는 무려 19m에 달했다. 버디를 노리기보다는 2퍼트로 안전하게 파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스폰은 과감한 퍼트를 했고, 공은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짜릿한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스폰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US 오픈 우승자 J.J. 스폰(미국)이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스폰은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지만, 관중들의 환호를 들으면서 투 퍼트를 하면 이길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수비적으로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타수를 지키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스폰은 아내와 두 어린 딸을 끌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스폰은 "내가 이 트로피를 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선수 생활 동안 이같은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경기를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