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준비 자산 상당 비중을 미국 단기국채(T-bill)와 역RP(환매조건부채권)로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자산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된 코인의 가치를 1대 1로 보장하기 위해 보유하는 안전자산을 말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1위 테더(USDT)는 올해 1분기 기준 준비 자산 1035억달러 중 약 912억달러(약 88%)를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이중 약 915억달러는 T-bill, 나머지는 역RP와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클(USDC) 역시 준비 자산 293억달러 중 약 228억달러(약 78%)를 T-bill에 나머지는 현금 및 기타 단기자산에 배분하고 있다.
기존 국채 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는 중앙은행과 기관 등 전통 금융기관이었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대규모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며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현금 또는 국채로 100%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T-bill과 RP는 미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초저위험 자산으로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인 1달러 연동(페깅) 신뢰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만기가 짧고 현금화가 용이해 대규모 환매 요청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기준금리와 연동된 안정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발행사들이 확보한 국채 자산은 미국 정부의 재정 조달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되며 향후 금리나 유동성 정책과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머니마켓펀드(MMF)에 필적하는 규모의 자금 풀로 미국 국채 시장의 지속 가능한 수요층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민간 디지털 자산 발행자가 중앙은행, 기관투자가와 함께 국채 시장의 핵심 참여자로 등장한 것은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며 미국 단기 국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은 안전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디지털 화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현금이나 단기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1대 1 비율로 담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나면 미국 단기 국채 수요가 증가할 거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MMF나 예금 이외의 자산에 투자되고 있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DeFi(디파이) 시장으로 유입되거나 해외에 있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현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은 높은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T-Bill, RP, MMF 등으로 보유하고 이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4000억달러까지 성장하고 미국 국채 추가 수요는 1000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전통금융시장과 직접 연결된 새로운 유동성 공급자로 주목받으며 달러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USDT와 USDC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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