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미술 전문가이자 조향사인 저자가 그림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이 어떻게 기억의 더 깊은 층위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저자가 생애 처음으로 그림이 냄새로 다가온다고 느꼈을 때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감상하면서다.
조향사인 그는 더운 여름 잔잔한 호수 위에 활짝 핀 수련에서 시원한 물 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곧이어 부드러운 수련 향기가 포근하게 감싸옴을 느꼈다.
물론 실제 물의 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은 본래 향이 없고 물에서 향을 추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물의 향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어렴풋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시원한 여름의 바다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이, 어떤 이에게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떠오른다.
이처럼 책은 인상주의부터 현대 미술, 조선 화단의 병풍화까지 동서양 명화를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에서처럼 클림트의 '키스'에는 일랑일랑을, 반 고흐의 '붓꽃'에는 보랏빛 아이리스 향을 짝지었다.
책에는 100여 점의 고화질 명화 도판과 30여 컷의 향수 이미지가 수록돼 있으며, 저자가 900회 넘는 강연을 통해 축적한 감각 인문학적 통찰이 함께 담겼다.
△ 명화와 향수/ 노인호 씀/ 아멜리에북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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