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66쪽 분량의 청구서에 구체적인 혐의를 담았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내란특검 2차 대면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외부에 총기를 노출한 채 순찰 업무를 보라는 등 부당 지시를 내렸다는 수사 결과가 전해졌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관련 사건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66쪽 분량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체적인 혐의를 기재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시도했다고 보고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부지법이 2차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지난 1월7일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에게 "경호처는 정치진영과 상관없이 전현직 대통령 국군통수권자 안전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1월11일에는 관저 내 식당에서 김 전 차장, 이광우 당시 경호본부장 등과 오찬하면서 "언론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수사받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냐"면서 다그쳤다고 기재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세 사람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사령관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해외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에게 계엄을 옹호하는 허위 사실을 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하게 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 당일인 12월4일 오후 하태원 외신대변인에게 전화해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등 내용을 프레스 가이드(PG)로 작성해 전파하도록 했다.


특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위원들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파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12월3일 오후 8시경 한덕수 전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만 대통령실로 불러 자신의 계획을 알린 다음 일부 국무위원들만 추가로 소집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듯한 외관을 갖추기로 마음먹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장관의 서명이 담긴 사후 작성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아 대통령란에 최종 서명하고 사무실에 보관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강 전 실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가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총리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며 폐기를 승인했다는 게 특검이 파악한 사실관계다. 특검은 한 전 총리, 강 전 실장, 김 전 장관도 허위 공문서작성 혐의 공범으로 기재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폐기된 문서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착오로 작성한 미완성 문서로서 유효한 공식 문서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비화폰 관련해선 법령 준수를 위해 정당한 조처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일 뿐 실제 비화폰 기록 삭제가 이뤄지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무위원 선별 소집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긴급성을 고려해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에게 연락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 관련해선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위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한 것은 특수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