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측면 수비수 이태석(오른쪽)이 아버지 이을용이 밟았던 월드컵 무대에 도전한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한반도가 붉은 물결로 넘실거리던 2002 월드컵이 열리던 해 태어난 이태석은, 한동안 '이을용의 아들'로 불렸다. 믿기지 않던 월드컵 4강 신화의 핵심 멤버였던 아버지를 두었으니 이상할 것 없는 관심이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은 맏아들 이태석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도, 오산중·고등학교를 거쳐 FC서울에 입단(현재 포항스틸러스)했을 때도,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아갈 때도 그는 '축구인 2세'라는 수식어로 먼저 조명됐다.

그랬던 이태석이 2024년 11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에 승선하면서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로부터 반년이 더 지난 2025년 여름, 경남FC 감독 이을용과 축구대표팀 좌측면 수비수 이태석은 비슷한 인지도를 갖췄다고 평가해도 무방한 수준이 됐다. 아마 1년 뒤에는 이을용 감독 앞에 '이태석 아버지'라는 수식이 붙을 지도 모르겠다.


이태석은 지난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 3-0 승리에 일조했다. 비중이 꽤 높았다.

이태석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1분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려 주민규의 헤더 슈팅을 도왔다. 주민규의 결정력도 돋보였으나 시쳇말로 '택배 크로스'에 가까웠던 이태석의 지분이 꽤 컸던 득점 장면이었다.


홍명보호의 중요한 자원이 된 이태석 ⓒ News1 이승배 기자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스리백 전술과 함께 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윙백 역할을 맡았는데, 주민규 득점에서의 어시스트를 포함해 공수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펼쳐보였다. 후반전 초반 이동경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준 낮고 빠른 패스를 포함, 좋은 장면이 여럿 있었다.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체적인 '여유로움'이었다.

이태석은 2024년 11월 대표팀 소집 때 '아버지의 선배'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아 처음으로 A대표팀에 뽑혔고, 쿠웨이트와의 원정 경기 때 교체 필드를 밟아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국가대표로 A매치에 출전한 것은 고 김찬기-김석원 부자,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이을용-이태석이 3번째였다.

강력한 첫 인상을 남긴 이태석은 올해 3월과 6월 월드컵 예선에 모두 출전해 왼쪽 수비라인을 책임졌고 동아시안컵까지 부름을 받을 만큼 홍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처음에는 풋풋하고 다소 투박함이 보이던 선수였는데 어느덧 6번째 A매치였던 중국전에서는 전혀 긴장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태석이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이태석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국가대표로 활약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 역시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는 순간을 상상해 왔다. 그 순간이 찾아와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라면서 "월드컵에 출전해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월드컵에 나가는 멋진 그림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한 바 있다.

가뜩이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측면 수비 자원 중 현재 대표팀 붙박이를 꼽으라면 설영우가 있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에 벌써 재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어도 지금 흐름이라면 이태석의 승선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인다.

이태석의 아버지 이을용은 2002년에 이어 2006년까지 2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월드컵으로부터 20년이 지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들 이태석도 대를 잇는 역사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