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학습이 취업과 스펙을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데이터 저널리즘을 배우려고 학습했던 코딩으로 봉사활동도 할 수 있었어요."
코딩을 배우는 이유가 달라졌다
코딩이 취업과 스펙을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Z세대들이 코딩 학습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이하 KDT)부터 민간·기업 부트캠프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과거 유행하던 '개발자 취업'에 대한 기대를 넘어 진로전환과 기존 분야에서의 활용성을 모색하기 위해 코딩을 선택하는 흐름도 늘고 있다. KDT 교육기관 관계자 A씨(31)는 "수강생 절반 이상이 비전공자다"며 "개발자 직군뿐 아니라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코딩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진로 탐색 기회가 된 코딩
진로 탐색과 직무 전환을 위한 코딩 학습이 늘어나는 등 Z세대들의 코딩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SSAFY 12기 교육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개발자 취업'을 넘어 진로 탐색과 직무 전환을 위해 코딩을 학습하는 Z세대도 늘어나는 등 코딩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공학을 전공한 B씨(20대·여)는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amsung SW·AI academy For Youth, 이하 SSAFY)를 수강하면서 코딩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B씨는 "1년간 코딩을 원없이 배우고 프로젝트도 병행하면서 개발 직무가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지금은 원래 희망했던 직무를 다시 준비하고 있지만 추후 다시 공부하거나 도전해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와 기업이 주관하는 개발직무교육이 늘어나면서 Z세대들의 인식도 변화했다고 말한다.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Seoul Software Academy, SeSAC) 강사 C씨(35)는 "예전에는 비전공자가 코딩을 배우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커리어 전환에서 고민해보는 선택지가 됐다"며 "하나의 자기계발 방식으로 코딩에 도전하는 비전공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습에서 커리어 전환까지: 개발자에 도전하다
서울시 청년 일자리 정책사업 청년취업사관학교(SeSAC, 새싹)는 2030 청년 구직자들에게 디지털 신기술 분야 실무교육부터 멘토링과 취·창업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인재 양성기관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개관한 서울 청년취업사관학교 은평캠퍼스에서 교육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딩에 대한 초심자들의 학습 부담은 낮아지면서 오히려 코딩에 흥미를 느끼는 Z세대도 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개발자 직무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간호사로 근무하다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D씨(20대·여)는 온라인 부트캠프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코딩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는 현재 백엔드 직무를 목표로 개인 프로젝트와 알고리즘 문제 풀이 등을 병행하고 있다.


D씨는 "직접 만든 웹페이지가 작동하는 걸 보며 개발에 흥미를 느꼈다"며 "이전보다 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자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복싱과 헬스를 병행하며 학습과 취업준비를 위한 체력 관리도 중요한 루틴이 됐다. D씨는 "개발자는 단순히 공부뿐 아니라 체력과 끈기 그리고 노력도 필요하다"며 "새벽까지 공부하는 동기에게 자극받아 식단과 수면 패턴도 규칙적으로 바꾸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시대, 쉽지 않았던 개발자 취업
경직돼 있는 개발자 취업 시장과 생성형 AI의 등장은 Z세대들의 개발자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러나 취업에 성공한 Z세대들은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현재 취업시장에서 경력자 선호가 늘고 있고 개발자 취업 시장 자체도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입 개발자 구인 공고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력직 개발자 공고가 5.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카카오와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신입 공채를 건너뛰고 경력직 개발자만 채용하기도 했다.

SSAFY 비전공자반(Python) 수료 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한 E씨(30대)는 "교육과 협업 프로젝트 덕분에 실무에 적응하기 수월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준비를 위해 협업 프로젝트 경험 외에도 혼자 웹서비스를 배포하고 컴퓨터공학 기초 전반을 유튜브와 인터넷 자료로 독학했다. E씨는 "비전공자는 신입 개발자 시장에서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며 "자신의 성향이 맞는지 계속 점검하고 생성형 AI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생성형 AI 활용 능력에 따라 향후 개발 역량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기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에 대한 최종 책임과 맥락적 사고 측면에서 여전히 인간이 AI를 능가하기 때문에 당장 대체될 가능성은 적다"며 "AI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결국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개발자의 역량을 가를 것이다"고 말했다.
기술을 넘어 성장의 도구가 된 코딩
생성형 AI가 코드도 대신 써주는 현재 코딩을 배운다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생성형 AI가 코드도 대신 써주는 현재 코딩을 배운다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강사 C씨는 "생성형 AI가 프로그래밍 반복 작업과 구조 설계에 도움을 제공해도 생성된 코드를 해석하고 수정·응용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며 "결국 절차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 정의와 논리적인 해결 방안 도출 및 팀원들과 협업하며 전체 시스템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코딩은 단순한 취업 수단이나 특정 직무를 위한 기술을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Z세대들에게 코딩은 진로 탐색의 기회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역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습 초기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실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체계적인 준비와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코딩 교육은 기술 습득을 넘어 생성형 AI와 공존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실질적 역량과 문제 해결력 그리고 협업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