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퇴직연금 적림금을 은퇴 이후 인생 설계를 위한 종잣돈으로 인식한다는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들은 퇴직연금 적림금을 은퇴 이후 인생 설계를 위한 종잣돈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원리금보장형' 운용 비중이 높은 것은 가입자들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적립금 자체를 '안정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퇴직연금 가입 직장인 1003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직장인 퇴직연금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2.8%는 퇴직연금이 은퇴 후 인생을 위한 '종잣돈'으로서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적립금의 일부를 투자 '여윳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30.2%,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을 위해 '투자자금'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7.0%로 집계됐다.

적립금 운용에 대한 직장인의 관심은 의외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적립금 운용에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57.1%, '관심도 많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33.6%,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는 응답은 9.3%였다.

경총은 "적립금 운용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90.7%에 달하는 만큼 단지 가입자들이 무관심해서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한다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정보 부족' 문제 해소에 정책적 역량을 쏟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적극적인 적립금 운용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적립금 운용방법으로는 '안정투자형(저위험)'이 5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원리금보장형(초저위험) 22.5% ▲중립투자형(중위험) 21.2% ▲적극투자형(고위험) 6.2% 순이다.

'원리금보장형'보다 '안정투자형'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온 것은 지금까지 '위험수준'으로만 표시해 온 포트폴리오 상품 명칭이 '투자형태'가 드러나도록 일괄 개정(2025년 4월)된 데 따른 개선효과로 분석된다.

미래 퇴직연금 수령계획의 경우 '일부는 일시금, 일부는 연금으로 받겠다'는 응답이 37.7%로 조사됐다. '적립금 전부를 매달 연금으로 받겠다'는 응답은 32.3%, '적립금 전부를 한 번에 일시금으로 받겠다'는 응답은 30.0%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면 예상 사용처로는 ▲생활비 24.9% ▲주택자금 20.1% ▲대출상환 17.6% ▲투자자금 12.8% ▲병원·요양비 11.0% ▲자녀 관련 지출 10.2% ▲창업 2.8% 순이다.

이밖에 퇴직연금 가입 직장인의 대부분은 퇴직연금 외 개인 재테크 수단을 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의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은 ▲예금·적금 31.9% ▲주식·펀드·채권 23.5% ▲보험·연금 18.0% ▲금·달러 10.5% ▲부동산 8.3% ▲가상자산 4.8% 순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원리금보장형 위주 운용은 가입자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안정적 투자성향이 반영된 결과임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도 자체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는 형식적인 법정 가입자교육을 투자·운용 중심으로 내실화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능동적 자산배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