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가 아시아를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하반기 글로벌 주식전망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크랩 대표. /사진=염윤경 기자
"이제는 미국 주식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인도·일본이 새로운 기회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죠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크랩 대표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략으로 '분산과 아시아'를 제시하며 "미국 중심의 투자 쏠림 현상이 극단으로 치달았고 시장은 이제 분산과 가치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1929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설립된 유럽계 전통 자산운용사로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ing) 글로벌 선도주자로 꼽힌다. 약 190조원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서 운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간담회를 진행한 죠슈아 크랩 대표는 아시아 지역 주식 투자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글로벌 운용사인 HSBC와 닛코자산운용 등에서 아시아 운용을 총괄했으며, 2018년 로베코에 합류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멀티에셋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크랩 대표는 "최근까지 투자 심리가 견고하긴 하지만 여러 지표를 보면 시장은 완벽한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전반적으로 과매수·고평가 상태이며 미국 달러 역시 20%가량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이 9%에서 18%로 두 배 늘었다"며 "투자자들은 점점 너무 많이 담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4월 급락은 그에 대한 경고였다"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이미 달러 중심 자산에서 금, 비트코인, 아시아 통화, 현금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 대해 크랩대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다변화된 시장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라고 했다. 또 관세 리스크와, 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혼재돼 있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크랩 대표는 미국 시장이 고평가·과매수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염윤경 기자
크랩 대표는 "미국 투자 자체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모든 자산이 과도하게 몰린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크랩 대표는 아시아 시장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는 전반적으로 저점을 통과한 국면이며 나라별로 서로 다른 알파 창출 기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시장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방산·전력망·원전·조선 등 구조적 성장 산업도 뚜렷하다"며 "주식시장 체질 개선이 실현된다면 일본과 같은 주주 친화적 전환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자사주 매입 확대와 디플레이션 탈출, 임금 인상과 M&A(인수합병) 확대로 인해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봤다. 이에 시장이 횡보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든 평가다. 인도는 과거 고평가 우려가 일부 해소됐고 높은 성장률에 기반한 투자 스토리로 주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14분기 연속 실적 하향 조정을 겪은 뒤 저점을 지나고 있다"며 "반려동물 산업 등 내수 기반 신산업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강조하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했다.

이날 크랩 대표는 산업별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단순히 국가별 분산투자가 아닌 산업 구조와 정책 기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주목할 만한 분야로는 원자력·재생에너지·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투자와 방위산업, 조선업, 반려동물 산업, AI(인공지능) 등을 주목할 분야로 제시했다.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 속 활용과 전력·저장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실현 가능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크랩 대표는 "시장이 항상 강세일 필요는 없다"며 "강보합이나 조정 흐름 속에서도 개별 국가와 산업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단일 국가나 섹터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산을 통해 기회를 포착할 적기"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