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는 이달 초 '화재 수습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사고 수습이 지연되면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11일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공장 축소, 해외공장 우선 추진이라는 사측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신공장 건설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함평 신공장 1단계 건설 시 연간 600만 본 생산 규모 확보 ▲최종 연간 1400만 본 생산 규모 완공 ▲피해 없는 광주 1공장 즉시 가동 등을 요구했다.
현재 광주공장은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공장까지 가동이 무기한 중단됐다. 생산직 인력은 재택 대기 중이며 급여는 기존의 70%만 지급돼 고용 불안 우려가 큰 상황이다. 노조는 17일 서울 종로구 금호타이어 본사 인근에서 상경 집회를 여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3만3000여본, 연간 12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해온 주요 생산거점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금호타이어 총 생산량 6139만본의 20%를 책임졌다. 하지만 타이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원료 배합 시설이 전소되면서 정상 가동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전남 함평 공장 이전이 거론되지만 회사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광주공장은 건물 붕괴 위험 탓에 화재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현장 감식이 지연되고 있는데, 감식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선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1공장 가동이나 공장 이전은 소방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재 화재 현장 내부 진입이 불가능해 소실된 공정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분기 매출 1조2291억원, 영업이익 167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10.7% 증가한 수치로 관세 부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3분기부터 화재 리스크가 반영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올해 목표로 했던 매출 5조원 달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화재로 인한 손실 규모만 해도 지난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광주공장이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고성능 타이어를 주력 생산해왔다는 점도 금호타이어에겐 악재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최근 전기차 보조금 폐지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완성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후방산업인 타이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는 현지 조지아 공장을 통해 연간 33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완성차 수요가 줄어들면 부품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베트남 공장의 경우 2023년 증설을 마쳐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조지아 공장과 함께 관세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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