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이 17일 산업연구원·한국경제학회·한국산업조직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미 양국 신정부 시대 신(新) 주력제조업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한국 원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급망 유지, 기술 실증, 자원 확보, 사업모델 다변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17일 산업연구원·한국경제학회·한국산업조직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미 양국 신정부 시대 신(新) 주력제조업 정책 토론회'에서 "지금은 10~20년에 한 번 오는 호기"라며 "이 기회를 살려 원자력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공급망 유지 ▲SMR(소형모듈원전) 실증 ▲핵연료 확보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정립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은 경쟁국 대비 우수한 기술력과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의 일감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임 본부장은 "한국의 강점은 탄탄한 공급망이지만 이 공급망을 유지하려면 연간 4기 수준의 프로젝트가 꾸준히 돌아가야 한다"며 "해외 수주를 통해 수익이 끊기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MR 실증의 시급성도 강조됐다.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은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국내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요즘 시장은 '완성된 SMR'을 찾고 있다"며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어느 곳이든 초도호기 건설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자원 확보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한국은 천연 우라늄과 농축 우라늄 모두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제 분쟁이나 수출 통제 조치가 발생할 경우 연료 공급망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임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우라늄 자원이 없고 농축 기술도 민감한 분야라 직접 확보가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자체 농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일괄 수출 방식에 의존했던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팀 코리아' 체제로 수출이 이뤄졌지만 최근 현지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설계 라이선스 수출, 핵심 기자재 공동 제작, 공동 투자 및 운영(PPP), 연료 공급 패키지 결합형 모델 등 다양한 해외 파트너십 기반의 수출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 본부장은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을 더 이상 단순 협력국이 아니라 기술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며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관리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원자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전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는 핵심 기술일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육성 가능한 대한민국의 전략적 성장 동력"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원자력의 수출산업화'라는 국가적 도전을 실행에 옮길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