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수 개인전 포스터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아라리오뮤지엄은 올해 하반기 기획전으로 안경수 작가의 개인전 '겹겹'(Layered)을 8월 21일부터 2026년 1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안경수 작가는 주로 '폐허와 맞닿은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작가에게 폐허는 단순히 부서진 공간을 넘어,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낯선 시간 속에 있는 모든 풍경을 뜻한다.

이런 풍경들은 거대한 도시에서 버려진 쓰레기 더미일 수도 있고, 갈 곳 없이 떠도는 빛나는 형체들일 수도 있다. 때로는 오래된 사진이나 영상 속에 담긴 과거의 모습 너머,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표면일 수도 있다. 안경수는 특별한 사건도, 평범한 일상도 아닌, 그 바깥에 남아있는 감각들을 모아 그림으로 다시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폐허 풍경들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주 함덕의 버려진 공사 현장의 검은 구덩이, 2004년 남아시아 지진 해일이 휩쓸고 간 말레이시아 해변, 1944년 홀로코스트 당시 독일 다하우의 평범한 수영장,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 근처에 쌓인 건설 폐기물 더미 같은 것들이다.


작가는 직접 보거나 사진, 영상 자료로 확인한 폐허의 모습들을 캔버스 위에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리듯 그려낸다. 하나의 장면에 여러 풍경을 담아 부드러운 화면 위에 겹쳐 놓는 방식이다.

하지만 안경수의 그림은 항상 그림의 틀을 넘어 바깥으로 확장된다. 폐허 풍경 너머의 일상 속으로, 또는 일상 이미지 너머의 폐허 방향으로,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림 밖에 겹쳐진 곳을 향해 움직인다.

여기서 '바깥'은 그림 액자 밖의 공간일 수도 있고, 화면 너머로 이어지는 또 다른 풍경일 수도 있다. 작가는 관람객이 겹겹이 쌓인 그림 속 장면들 사이에서 시간의 차이를 느끼며,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할 시간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겹겹이 펼쳐진 그림 속을 거닐며 폐허와 맞닿은 다른 시간대의 장면들 사이를 떠돌면서 마치 산수화를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