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품격(이든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진보의 품격'은 '진보의 아이콘'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법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의 신념과 철학을 명료하게 담아낸 책이다. 긴즈버그가 생전에 남긴 연설문, 기고 글, 그리고 판결문 중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내용을 골라 엮었다.


이 책에 따르면 긴즈버그는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500명 중 단 9명의 여성 중 한 명이었다. 1950년대 보수적인 법조계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영향력을 넓혀간 그는, 1970년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여성 권익 프로젝트를 이끌며 성차별 철폐와 여성 권리 신장에 기여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판결을 다수 이끌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반대 의견을 당당히 밝히며 '위대한 반대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책은 총 다섯 부로 구성돼 있다. 유년 시절을 비롯한 긴즈버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롯해, 인생의 전환점이 된 1970년대 '페미니즘 제2의 물결' 속에서 성평등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과정 등을 세밀하게 다뤘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이 긴즈버그를 대법관으로 임명한 당시의 우여곡절과 혼란, 그럼에도 법사위 소속 상원의원들의 만장일치를 끌어낸 역사적인 청문회 현장도 들여다본다.


이와 관련해 저자들은 "인준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도덕적 우월성, 탁월한 업적, 출중한 지적 능력과 판단력, 타고난 겸손함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투철한 국가관으로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마저 민주당 못지않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고 썼다.

긴즈버그가 87세를 일기로 영면했을 때,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우리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생전에 그와 자주 갈등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법의 거인이자 역사의 선구자를 잃었다"며 미국 전역의 연방 건물과 군 기지 등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 진보의 품격/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메리 하트넷, 웬디 W. 윌리엄스 글/ 문경록 옮김/ 이든하우스/ 3만 3000원